매일신문

남북회담 재개 의지표현

김대중 대통령이 24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서울답방 일정을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3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지 않겠느냐는 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상반기중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를 논의할 남북장관급 회담이 북측의 일방적 연기로 무산되면서 상반기중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진척을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에 대한 초조감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같은 교착상태를 어떻게든 타개해보겠다는 시도로 읽혀진다.여기서 김 대통령이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기자들 앞에서 김 위원장에게 서울답방 일정을 밝혀줄 것을 공개적으로 제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가 결론이 나야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북한측의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전세계의 이목을 다시 한반도로 집중케 해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또 오는 26일과 27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과 다음달로 예정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종료를 앞두고 우리측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날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에 대해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기대를 표시했다"고 말한 것은 바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다.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놓고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과 관련한 남북간의 사전조율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별다른 카드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상황변화를 꾀하겠다는 모험적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면 대성공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측의 초조감만 내보인 채 주도권을 북측에 넘겨줄 수 있는 위험부담도 크다는 점에서 전술적 실수로 귀착될 수도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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