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만 걷는 물가고속에 서민들의 알뜰살림 노력이 눈물겹다. 단돈 천원이면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백화점 행사에 한꺼번에 수백명의 주부들이 몰리고 500원짜리 중고옷을 파는 구청 알뜰매장에도 발디딜틈이 없는 것.
23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백프라자에는 개점시각도 되기 전부터 수백여명의 주부들이 정문앞으로 몰려들었다. 이 백화점이 이 날 선착순 100명에 한해 핸드백·지갑·벨트 등 가죽제품을 1천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몰려든 인파.
백화점측은 너무 많은 주부들이 몰려 정상적인 판매가 어렵자 순서표를 나눠줬으며 물건은 개점 5분여만에 모두 동이났다.
지난 1일부터 나흘동안 대구 북구청이 연 '알뜰시장'에서는 500원짜리 중고옷만 4천여벌이 팔렸다. 대부분 주부들이 참여한 이 알뜰시장은 나흘동안 1천200여명이 몰렸다.
북구청 김성원 계장은 "다소 낡았지만 아직은 멀쩡한 가전제품과 가방 등 일부 계층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 재활용품도 400여명이 사갔다"며 "싼값에 깨끗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장소변경 등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할인점들이 야간 폐점시각에 맞춰 못다판 식품을 파는 '떨이행사'에도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주부들이 몰리고 있다. 할인점들에 따르면 최고 절반 가격까지 값을 떨어뜨리는 이 행사는 고정고객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 것.
대구시 북구 칠성동 홈플러스 서근희(26)씨는 "많은 주부들이 2시간마다 품목을 정해 1개 가격으로 2개의 물품을 주는 '타임세일행사'와 마감세일을 이용하고 있다"며 "할인혜택을 주는 광고전단지 쿠폰을 오려오는 고객들도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통신망 보급으로 가정에서의 인터넷접속이 쉬워지면서 이를 이용, 알뜰구매를 하는 주부들도 크게 늘고 있다. 하루 1차례 홈페이지만 봐주면 포인트점수를 주고, 쌓인 점수에 따라 화장품과 육아용품 등을 공짜로 주는 사이트를 이용해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있는 것.
주부 신미경(31·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물가가 오르는데다 아이들 사교육비 부담도 만만치않아 화장품과 생필품 등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공짜'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곧 돈"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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