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상원의 제임스 제퍼즈(James Jeffords)의원(버몬트주)이 공화당을 탈당한 것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부시대통령의 보수주의정책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민주당이 한표차로 상원의 입법 일정을 장악했으므로 부시는 야당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결과 재정의될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거 20년간 공화당의 온건파로서 자처해 온 제퍼즈의원은 보수주의로 급선회한 부시대통령의 국내정책에 반대하기 위하여 공화당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부유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부시의 감세법안과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삭감한 교육정책에 반발하여 탈당을 했다. 그는 자기의 '양심과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같이 자기소신을 관철하기 위하여 여당을 떠난 제퍼즈의 행동은 자기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 헤치고 모이는 한국정치인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제퍼즈의원의 과감한 선택은 50대50석 분포를 유지해 온 공화당을 소수당으로 전락시켰고 민주당을 한표 우위의 야당으로 격상시켜 주었다.
이제 민주당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상원의 지도력과 입법과정을 주도하게 되었다. 민주당이 15개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장직을 독차지하게 되었으니 그들은 각종 조사와 청문회를 열어서 부시행정부의 정책집행을 감독하고 견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대통령은 자기의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원래 그는 1992년에 자기 부친이 온건노선을 고수하다가 공화당의 주류였던 보수파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재선에서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하여 낙태교육 및 환경문제에 대하여 작년 대선때부터 보수노선을 고집해 왔던 것이다. 지금 그는 민주당지도부와 타협하지 않고서 자기 주장만 내세울 수는 없게 되었다. 더구나 그는 작년 대선에서 고어후보보다 적은 유권자들의 득표를 했고 마침내 대법원의 판결결과 선거인단득표에서 가까스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상원에서 절대다수를 잃은 그는 선거전때 그 자신이 표방했던 '온정적인 보수주의'나 진실로 온건한 중도노선을 지향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더욱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국내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꾸는데 치중할 것이다. 민주당출신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은 그들이 선호하는 쟁점을 최대한 중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진보파로 유명한 케네디(매사추세츠주)의원은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법안을 부활시킬 것이다. 리브만(코네티컷주 출신.작년 대선시 민주당 부통령후보)의원은 환경보호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연방법원의 판사들을 임명할 때 민주당의원들은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파 지명자들은 비준하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원들과 타협하지 않고서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을 것이다.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상원은 대통령에게 '충고와 동의'할 임무를 갖고 있으므로 민주당은 부시행정부의 미사일방어(MD)계획과 대북한 정책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상원의 군사위원회에서 새 위원장이 될 칼 레빈(미시간주)의원은 MD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을 표시해 왔다. 외교위원회에서도 중국과 북한에 대하여 초강경태도를 견지해 온 제시 헬름스의원 대신에 조지프 바이든(델라웨어주)의원이 위원장이 되면 그는 대북접근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할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정책에 비하여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월등하게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상원의 세력균형이 변했다고 해서 섣부른 예단은 삼가야 한다. 보다 더 필요한 것은 미국의 정책결정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우리의 국가이익을 보호하는 대비책을 찾는 일이다. 안병준 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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