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종잡을 수가 없다

요즘 경제당국이나 국책연구기관, 민간경제연구소 등이 발표하는 각종 경기지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일각에선 지방경제의 하강국면이 완화돼 제조업 생산이 점차 호전되고, 위축된 소비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망한다.

또 우리 경제는 바닥을 통과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기업경기실사지수반등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치는 이도 있다.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의 터널에서 벗어나 회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설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서 말이다. 이같은 낙관론속에 돌아서면 또 다른 곳에서는 최근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지만 하반기에도 뚜렷한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는다.

바닥을 치면 탄력적으로 경기가 회복됐던 종전의 패턴도 기대할 수 없는데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미국경기의 회복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분석.평가이다. 오로지 미국경제에 목매달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일찍 찾아온 무더위처럼 짜증스럽다.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마술같은 경기지표라는 좌표의 한복판에서 희망도 절망도 가늠하지 못한 채 무중력 상태에 떠있는 서민들이 설 곳은 어디일까?

IMF체제때보다 더한 혹독한 고통을 겪는 이들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날려버릴 당국의 명쾌한 진단과 처방이 그립다.

가뭄끝에 쏟아지는 단비같은 '쾌도난마의 정책' 말이다.

우리를 어리둥절케 하는 것이 또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난 94년에 도입한 '수도권 공장총량제'.

제조업의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묶었던 규제를 정부 스스로가 느슨하게 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속한 건설교통부 등 14개 정부부처와 3개 지자체(서울.인천.경기)는 최근 서면답변으로 건교부의 올해 공장총량제 운영계획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국무총리의 재가만 남아있는 상태로 이 안이 최종확정되면 수도권지역의 개별공장건축허용면적은 작년(77만평)보다 16%늘어난 89만평이 된다.

경북 등 비(非)수도권 지자체에서는 상경시위까지 벌이면서 공장총량제를 완화하면 수도권에 공장이 몰려 '지역경제가 더욱 무너진다'며 아우성을 치기도 했다.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완화가 이뤄질 공산이 커진 시점에서 건교부는 서울 모 구청에서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지원제도 설명회를 열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5년이상 사업을 한 법인이 본사나 공장을 2002년말까지 지방으로 옮기면 조세감면, 자금융자, 이전부지 매입, 고용보조금 지원 등 혜택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한쪽에서는 공장을 더 지으라고 수도권 공장건축허용면적을 늘리면서, 또 한켠에서는 기업의 지방이전을 독려하는 양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될 것인가.

이율배반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이러한 정책집행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케 함은 물론 '수도권 과밀억제 및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놓치는 꼴이 되는 셈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지방은 경제고 사람이고 모두 거덜날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중앙정부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올 1/4분기에만 수도권으로의 순유입 인구가 4만 8천명으로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지방경제 활성화 정책이 단적으로 효과가 없었다는 대목이다. 약발받는 지역개발과 발전정책을 내놓아 '지방도 만원이다'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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