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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사면초가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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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공초 오상순은 지독한 애연가였다. 잠자지 않으면 줄담배를 피웠다. 오죽하면 '꽁초'에서 딴 '공초'를 호로 삼았겠는가. 중국의 문필가 임어당도 담배 예찬자로 창조력을 북돋워 준다며 늘 가까이 했다. 영국의 학자 리처드 클라인은 한 술 더 떴다. '담배는 숭고하다'라는 저서에서 '흡연은 명상의 한 형태이며, 내 손가락 끝에서 빚어지는 만다라의 하나'라고 했다.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병상에서나 애인과의 이별의 고통도 잊게 하며, 세상의 온갖 적개심을 달래 준다고도 했다.

▲담배는 오랜 세월 동안 정념.정한.여유.권위.멋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건강에 해롭다고 담배곽에도 적혀 있지만, 폭넓게 기호품으로 자리매김해 온 것도 이같은 뉘앙스들 때문일 게다. 그러나 1964년 미국에서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뒤 연구가 거듭돼 마약의 일종으로 간주되고 있다. 폐질환.심장병.위장병.발기부전.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 한해에 4만여명이나 죽음에 이른다고 한다.

▲흡연하지 않더라도 하루 1갑 피우는 골초와 살면 하루 5개비를 피우는 정도의 피해가 따르므로 애연가들은 이제 '혐연권'으로 밀려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 공공시설과 직장마다 흡연구역이 정해진 지는 이미 오래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부터는 일반 건물도 건물주가 원하면 '금연 건물'로 지정할 수 있고, 그곳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범칙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그 단속권도 경찰 뿐 아니라 시.도 공무원에게까지 확대될 모양이다.

▲흡연에 대한 경고는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돌연사가 흡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발표해 충격적이다. 심근경색증 환자 2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나 흡연자였으며 30, 40대 연령에서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증후군인 돌연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심근경색증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금연하면 돌연사의 확률이 30~40%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뉴욕은 흡연자들에겐 지옥이라 한다. 담뱃값이 비싸고, 실내에서 흡연할 수 있는 곳도 적으며, 바라보는 시선들도 험악하다. 사정이 그러니 폼 한번 잡아보려고 담배를 멋지게 빼어물다 망신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수밖에…. 우리도 이제 뉴욕과 그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게 돼 가는 형편이다. 집안에서까지 무슨 죄나 지은 듯이 아파트 베란다로 쫓겨나와 연기를 뿜어대는 '반딧불족' 가장들의 마음 고생만 이래저래 더 커지고 있는 이즈음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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