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평당 설계비를 얼마씩 받습니까?"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 같습니까?" "아이가 건축과를 희망하는데 장래가 괜찮을까요?" 최근 들어 많이 받는 질문, 그것도 직업에 상당히 예의를 갖춘 질문이다.
건축에는 경제만이 아니라 문화, 예술도 있음을 설교(?)하려 하면 의아한 표정과 낯선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다. 사실 건축분야는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문화적 인식 또는 예술의 범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극히 특별한 경우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좋은 가구나 비싼 아파트에는 관심을 두면서도 정작 일생 한번쯤 아름다운 주택을 설계하고 지어보려는 관심이 적어지는 현상은 경제수준과는 역현상이며, 국적 불명의 러브호텔, 가든, 호화로운 온천탕, 일률적 아파트 원룸 등 투자성에만 급급한 것은 건축문화의 빈곤이 아닐까?.
건축주가 좋은 건축을 요구할 때에 훌륭한 건축가가 탄생하고 훌륭한 건축가가 많을수록 아름다운 도시가 조성되며 그 도시를 외부인들이 찾게 되고 따라서 문화적 경제적 상승효과도 부가되는 도시의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후랭크 게리의 독특한 조형성으로 설계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97년 설립이후 인구 100만 도시에 연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독창적인 미술관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꼬르뷰제'는 서거했지만 파리 곳곳에는 그가 설계한 작은 주택들이 보존되어 세계 건축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빌라 사보아'의 보존을 위해 도시계획도로 조차도 우회 시켰다고 한다.
다행히 국립현대미술관 '2002 올해의 작가'에 건축가를 처음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작가는 '건축주 탓 만 하지 말고 설득해야한다. 설득이 안되면 설계를 안 하면 된다'고 지극히 문화적(?) 발언을 했다. 그런 문화적 오기가 이 땅에서 순수한 건축가로 남게 했나 보다.
건축가.경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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