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신, 김위원장 방러 일제 보도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5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 폐기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협상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위원장으로부터 정상회담을 통해 우호적인 성명을 이끌어냄으로써 조지 W.부시 미국 행정부가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선언하면서 내세운 중요한 전제를 깎아내리길 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진 정상회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러시아"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외부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러시아의 외교적 지위를 빛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칩'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 대아시아 경제관계를 확대하려는 뚜렷한 목표 사이에 확고하게 위치해 있는 점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매개로 한 한국과의 경제관계 강화에 도움을 얻게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러시아측으로부터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역확대 △군사무기 △대미-대한협상에 대한 정신적 지원 등이란 점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무기판매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국방비가 연 1억달러 밖에 안되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의 대북 무기판매가 이뤄진다해도 소규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본의 주요 신문은 5일 조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소식과 이들이 채택한 '모스크바 공동선언'의 내용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 또는 주요기사로 다뤘다.

특히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주요 일간지는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파장을 짚어보는 별도의 해설기사를 게재한 것은 물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궤적을 더듬는 특집기사도 싣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체로 일본 언론은 두 나라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상호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미묘한 시각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해설기사에서 "북한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낙후된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할 수 있는 러시아의 군사원조를 기대했으나, 러시아측은 군사협력보다는 경제실리를 염두에 뒀던 회담이었다"고 총론적으로 이번 회담의 성격을 진단했다.

산케이(産經) 신문은 "북한이 강력히 희망했던 북.러 군사원조 문제가 공동선언에 다뤄지지 않음에 따라 이 문제는 막후 교섭의 과제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 김정일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유예를 거듭 밝힘으로써 북.미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비친 반면,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와 앞으로 한국내부의 혼란을 부추길 소지가 강하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와 중국의 힘을 바탕으로 대미전선을 구축하려는 구상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서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북한과 러시아간 미묘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지(紙)는 "김 위원장의 열차가 지난 3일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역(驛)에 도착한 것은 '공산주의의 망령'"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4일 "북한은 현재 스탈린에 대한 생생한 기억과 그의 이상과 이념을 간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지구상의 국가"라고 전제하고,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김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준비과정을 감안하면, 혁명가 김위원장은 진실로 (북한내) 혁명세력들간의 굳건한 단합과 결속을 이뤄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장장 9천km의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여행을 한 것이 러시아의 철도관리들에게는 지난 1917년 4월 레닌이 혁명을 위해 열차를 타고 페트로그라드(현재 레닌그라드)를 방문한 이후 가장 흥분할 만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류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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