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리교실 주부들로 만원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오늘은 중국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야끼우동과 중국식 냉면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9일 오후 3시 대백프라자 문화센터 요리교실. 20대에서 50대 중반의 여성 20여명이 강사의 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하고 있다.

칼과 도마가 부딛치는 소리, 프라이팬에 야채를 지글지글 볶는 소리. 맛있는 음식냄새와 함께 강의실 안은 마치 '호떡집에 불난 것' 같았다.

수강생 장모(49·여·대구시 수성구 상동)씨는 "배운 요리를 집에서 모두 활용하는 편"이라며 "집에서 별미를 즐길 수 있고 딸에게도 요리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배운다"고 말했다.

요리배우기 열풍이 일고 있다. 인터넷과 케이블 TV 등에는 각종 요리 프로그램과 요리 사이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수많은 인터넷 요리 사이트에는 각종 테마요리, 계절요리 등에 대한 친절한 요리법과 한 주의 식단 등이 제공되고 있고 요리비법을 소개하는 코너와 상담코너에는 네티즌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요리배우기 열풍을 반영하듯 기존 요리학원 이외에도 사회복지회관, 대학 사회교육원, 민간단체 등이 앞다퉈 요리강좌를 개설, 일부 요리교실에는 신청자가 정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는 것.

4, 5년 전만해도 일부 예비 신부나 음식점 창업, 조리사 자격증 취득 등 '특별한 목적'을 갖고 요리를 배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젠 전업주부나 직장여성의 수강이 늘고 있다.

요리교실들의 경쟁 역시 치열하다. 과거에는 요리교실마다 거의 비슷한 요리들을 강의했으나 요즘은 새로운 요리를 발굴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가 하면 다른 요리교실에 '스파이'(?)를 보내 '정보'를 입수하기도 한다는 것.

실제로 인기있는 요리교실은 일반적인 전통요리보다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 다국적 체인 레스토랑의 요리, 퓨전요리 등 최신 유행의 요리를 가르쳐 주는 곳들이다.

대백문화센터 요리교실의 김다미 원장은 "판에 박힌 요리를 강의했다가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심지어 인터넷 해외요리사이트에 나오는 요리나 복잡하고 전문적인 요리의 조리법을 가르쳐 달라는 수강생도 있다"고 전했다.

상당수 요리강사들은 수강생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소문난 요리사나 강사를 찾아가 특강을 받거나 일부 유명한 요리교실에서 일반인 틈에 끼어 재교육을 받기도 한다.

일부 요리교실은 단체나 모임의 주문에 따라 강의를 해주는 '주문식 요리강좌', 2, 3회에 걸쳐 계절별미를 가르쳐 주는 단기특별 강좌 등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왜 이토록 요리를 배우고 싶어하는가. 국민소득의 증가와 외식산업의 발달에 따른 입맛의 다양화 등을 이유로 꼽는 사람이 많다.

한 요리강사의 설명으로 그 이유를 짐작해 본다.

"주부들이 지금껏 알고 있는 요리로는 외식에 익숙한 가족들의 입맛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요리를 배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전업주부의 경우 가정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 경향이 많지요"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