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격한 회교율법…고통받는 아프간 국민

세상에서 여성이 살기에 가장 힘든 나라, 아프가니스탄. 1996년 과격 이슬람 세력 탈레반 정권이 전 국토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종교의 이름으로 문명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엄격한 회교 율법에 따라 취업은 물론 의무교육도 받지 못할 뿐 아니라외출까지 엄격히 제한받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세계적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해 악명을 떨친 탈레반 정권은 다른 회교국가인 아랍권에게도 충격을주고 있다.

◇시대착오적 종교정책=탈레반 정권은 '부정하다고 의심되는 여성이 있으면 누구든 살해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1997년에는 공설운동장에서 돌에 맞아 숨진 여성의 처참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여성들은 자동차를 타서도 안되고 외부에 얼굴을 보여서도 안된다. 여성들은 얼굴 노출을 가리기 위해 창문에 검은 담요를 둘러 놓거나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이들 여성은 외출할 경우 친척 남성을 동행해야 하며 공공 장소에서 차도르를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싸야 하는 것은 물론 외간 남자에게 말을 건넬 수도 없다. 직장생활과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수십년간의 내전으로남편을 잃은 여인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거리에서 동냥을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7월 여성이 살기에 가장 힘든나라로 아프가니스탄을 선정하기도 했다.

남자의 생활 역시 예외가 아니다. 턱수염을 깎은 남성은 수염이 다시 자랄 때까지 감옥에 가두며, 도박은 물론 TV, 음악감상, 비디오 등 일체의 오락도금지하고 있다. 최근 탈레반 정권은 개인과 단체, 기관 등에 대해 인터넷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현대판 게슈타포=탈레반 정권의 종교경찰로 알려진 도덕선양 및 악행억제부(部)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는체포, 구금 등 막강한 처벌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지난 5월 소수의 힌두교도들을 이슬람 교도들과 구분하기 위해 신분 인식표를 부착하도록 하는 법령을 반포했다.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노란 배지를 달게 했던 것과 유사한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랐지만 나치 게슈타포처럼 종교경찰들은힌두교 집단에 인식표를 부착토록 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궁예=강경한 회교율법을 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는 무하마드 오마르(39). 오마르는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80년대 학생들로 구성된 무장조직 탈레반을 이끌고 자신의 고향인 아프가니스탄 남서부에서 게릴라전에 뛰어들어 19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최고 지도자로 부상했다. 오마르는 1989년 전투 도중 로켓탄 파편에 오른쪽 눈을 잃었다. 한 눈을 잃은 종교지도자이자 개혁을 내세운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오마르는 '아프가니스탄의 궁예'인 셈이다. 오마르의 정적은 소련 점령군에 맞서 싸웠던 군벌 아메드 샤 마수드뿐으로 탈레반 정권에 맞서 저항하고 있는 유일한 군사조직이나 격렬한 공세에 밀려 점차 세력을 잃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마찰=탈레반 정권의 종교경찰은 이달 초 미국인 2명 등 외국인 8명을 포함, 24명을 기독교 선교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 재판에 회부했다. 회교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8명은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사형 언도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키 힘든상황이다.

이에 앞서 탈레반 정권은 지난 6월 모든 외국인들에게 음주와 돼지고기 섭취뿐 아니라 음악을 크게 듣는 것, 이성과 부적절하게 접촉하는 행위를금지하는 명령을 하달했다. 명령을 어기는 외국인은 추방되거나 사흘에서 한달간 감옥에 구금될 수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 전통을 해친다는 이유로 외국인여성들이 운전하는 행위도 금지시켰다. 다른 이슬람 국가의 경우 외국인과 비 이슬람 교도들에게는 음주와 돼지고기 섭취를 허용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입국 외국인에 대해 이슬람 율법에 따르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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