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테러사건 발발 직후 열린 국내 지수 옵션시장에서는 하루만에 원금 5천만원으로 50억원을 번 개인투자자의 '무용담'이 회자됐다. 이날 대구지역의 모트레이딩센터에서도 475만원을 투자해 하루만에 250배인 1억3천250만원을 번 개인투자자가 있었다.
옵션시장에서의 이같은 대박 신화는 일반투자자들의 옵션 환상을 심어줬다. 증권사마다 옵션 계좌를 트는 이들이 급증했고 옵션시장 거래량은 9월 들어 하루 평균 500만계좌에 육박, 지난해말(80만계약)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 규모면에서도 국내 옵션시장은 세계 1위를 99년 이후 지키고 있다.
문제는 국내 옵션시장이 과열 양상을 넘어 도박 수준의 투기판이 되어 버렸으며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옵션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 일반투자자들의 옵션 투자는 무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옵션에는 매수 거래와 매도 거래를 택할 수 있다. 매수 거래시에는 주가가 예상했던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매수 가격만 손해를 보면 되지만 매도 거래시에는 최대 변동폭 만큼의 차액을 증거금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없는 개인들은 매수 거래에, 기관과 큰손들은 매도 거래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매수 거래에 따른 이론적인 승률은 3분의 1도 안돼 구조적으로 개인들은 옵션시장에서 손실을 보게 돼 있다. 매도하는 기관은 10번 벌고 한번 잃지만 매수하는 개인은 3개월이면 원금을 모두 날리는 극히 위험한 게임인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복권을 사듯 옵션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국내 옵션시장은 이들의 주머니를 노린 기관 및 프로급 '꾼'들이 활개를 치는 살벌한 곳이다.
실제로 지난달 만기일에 최고 504배의 대박을 터뜨린 풋옵션 62.5의 가격이 이번달 만기일인 11일에는 하루만에 10만8천원에서 1천원으로 폭락했다. 대박의 꿈을 안고 이 상품을 매수했던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원금을 날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폭발적으로 불어났던 옵션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최근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개인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고 옵션시장을 떠나고 있는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교보증권 대구서지점 최병희 지점장은 "현물 주식보다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이 위험성이 더 높고 어려운 투자기법"이라며 "주식으로 손해 본 사람이 옵션에서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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