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사태진단"지금까지 많은 중요한 교육 정책이 교육계의 바람이나 여론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돼 왔습니다. 이번 교육계 혼란은 '교육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에 대한 교육자들의 저항으로 봐야 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계 한 원로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왜곡된 정책 결정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두개의 정책을 수정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바라는 쪽으로 정책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
사실 이번처럼 한국교총, 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물론 대다수 교사들과 교육대 학생들까지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정부의 '무리수'가 너무 잦아 교육계의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붙일 여지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중.초 교사 임용 문제가 대표적인 '무리수'. 전국 교대생들의 무기한 동맹 휴업과 임용고사 거부 결정, 총장실 점거까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2003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낮추겠다는 교육여건개선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년엔 전국적으로 기간제 교사 4천500여명선을 유지하면 초등교사 수급은 억지로라도 맞출 수 있지만 2003년에 가면 기존 기간제 교사를 활용하더라도 4천명 가까운 초등 교사가 부족해지므로 이를 메우기 위해선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임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부 논리다.
이에 대해 교대생들과 전교조 등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에 맞추는 시기를 2005년으로 늦추면 교대 졸업생과 기간제 교사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2004년과 2005년에는 교대 졸업생 수가 정년.명예퇴직자 수보다 5천명 이상 많아지기 때문. 초등학생 숫자도 2004년부터 줄어들기 때문에 중.초 교사 임용 문제를 검토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전교조 한 교사의 말대로 '내년 선거를 의식해 만들고 대통령이 발표한 정책'을 교육부가 쉽사리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정치로 인해 꼬인 문제라는 얘기다.
교원 정년 문제 역시 다분히 정치 놀음에 좌우되고 있다. 65세에서 62세가 됐다가 다시 63세로 올리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논의중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교사들조차 "교육 현실보다 '표'를 더 의식한다"고 비난하는 분위기다. 정년 1, 2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교육계와 정부의 대립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었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해법이나 바람은 양측 논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지난달 한 초등학교 축제에서 만난 학부모는 "선생님과 정부가 왜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되는 쪽으로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서로가 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으로 싸우는 게 아니냐"고 하자 "그럼 교실 붕괴니 사교육비 부담이니 하는 얘기가 과연 정년 단축이나 성과급 같은 문제 때문에 생긴 일이냐"고 되물었다.
이야기를 듣던 이모(38.여) 교사는 "이번 사태로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면서 "타협 없는 힘겨루기만 할 것이 아니라 꼬인 현안을 풀고 교육의 근본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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