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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춘문예 출신 여 시인들 동인지 3집 펴내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여성시인들로 이뤄진 시.열림 동인이 동인지 제3집을 펴냈다.

강문숙(91년) 이혜자(95년) 김현옥(97년) 배영옥(99년)씨 등 동인 4인의 신작시를 담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호흡으로 시를 만들어내지만 시에 대한 반성과 시를 대하는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작품집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접할 수 있어 이 동인지를 읽는 하나의 즐거움으로 꼽힌다. 그들의 표현처럼 이번 작품집은 '가을, 이 저무는 것들의 잔치'이기 때문.

'나는 자꾸 그 허공에 걸려 넘어진다./ 당신의 뜻이 있긴 있냐고/ 그 소리, 내게 보여 준 것 없으니/ 야콥의 환도뼈가 부러지도록 한판 해보고 싶다./ 어머니는 그것을 기도라고 하시지만, 나는/ 눈 확! 까뒤집고 어디 한 번 붙어 보고 싶다'(강문숙씨의 '백일기도' 일부)

강 시인의 작품에서 시의 진정성과 감동에 대한 상념들을 떠올린다. 시인의 말처럼 '시=막막한 절망과 고통으로부터 길어 올려진 한 두레박의 차가운 샘물'이라는 등식은 바로 시를 대하는 시인의 간절함의 깊이가 어떠한가를 짐작케 하는데 충분하다. 시작메모에 '시를 쓴다는 것은 눈 똑바로 뜨고 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는 고백이 독자들의 가슴에 와닿는다.

이혜자 시인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숨죽여 살아 있는 이 나무의 살갗은 거칠다/ 불려 붓겨도 매끈하지 않는 나의 뒤꿈치처럼/ 그래도 우리들은 살아 있지만 살아야 하지만/ 우리들의 주인은 따로 있는 것…'('밥알의 굴레' 일부)이라는 노래에서 시인이 생각하는 삶의 균형추가 어디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또 배영옥 시인은 '회전문을 통과할 때마다/ 내 몸 어딘가가/ 열렸다 닫히는 소리 들린다'('회전문1')며 세상과의 완벽한 일치를 꿈꾸고 있다.

한편 김현옥 시인은 시 '세월의 팔짱을 풀고'에서 '세월 저 혼자 가라 하고/ 길의 무덤 위로 풀이 자라거나 말거나/ 그렇게 한 번 죽음에 저당 잡혀 봤으면'이라고 노래한다. "나의 속삭임이 진실임을 믿으며 가고 또 가면 그 믿음은 구원받을 것"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를 읽으면 생과 사랑, 초월, 그리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작품집 말미에는 '시의 진실, 삶의 진실'을 주제로한 동인들의 대담도 담았다. 이들은 '왜 계속 시를 쓰는가'라는 질문을 비롯 '시에 있어 감동과 진실은 어떤 상관관계인가' '시는 교훈적이어야 하는가' '시가 도달해야할 삶의 가장 깊은 곳 즉 밑바닥까지 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두고 서로의 의견을 정리해보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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