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손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내가 알고 만졌던 것을 다 만들고 싶지"13일 오후 경북 농업인회관에서 열린 제6회 농업인의 날에 맞춰 이날 회관 1층에 마련된 짚공예 전시실에는 잊혀져가는 각종 농기구나 농사일과 농촌에 쓰였던 100여가지의 물건들이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이름도 아득하고 모양도 기억에 삼삼한 것들이다.
삼태기와 나막신(나무로 만든 신)에다 도리깨, 도롱이(갈잎으로 만든 비옷), 호로등잔걸이, 멍석, 소구유, 따뱅이 등 몇가지는 그래도 어슴푸레나마 알수 있을 듯하다·그러나 멱서리나 둥구미(곡식을 담는 기구)나 원구(퇴비 등을 운반하는 기구), 어리(닭은 키우는 기구), 고무래(벼 등 낱알 곡식을 긁어 모으는 기구) 등 대부분은 모양과 이름이 함께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다.
이제는 아득한 기억속에 남아 있거나 우리 주위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바로 이런 농촌물건을 만들어 이날 전시, 옛날을 회상시킨 주인공이 김정희(74·성주군 수륜면 수륜리)할아버지다. 김할아버지는 이것들을 만드는데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하얀이를 드러내며 "내가 좋아서…"라며 구김없이 웃었다. 시끄러운 쌀문제로 가을걷이의 고단함에도 표정만은 밝고 맑았다.
태어나서 농사 하나만 지었다는 김할아버지는 "내가 한평생 만지고 농사일과 집에서 사용했던 것들은 하나하나 기억하고 만들 수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 많은 것들은 못 만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지금까지 틈틈이 만든 것은 모두 150여점에 이를 것이라 했다.
김할아버지는 "옛날과 달리 갈수록 손힘이 없고 어둔해져 잘 못 만들겠어"라며 가벼운 한숨을 언뜻 쉬었다. 필요한 나무와 짚 그리고 갈대 등 재료는 손수 구했다는 김할아버지는 "할수 있을 때까지 계속 옛물건을 만들거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할아버지와 함께 온 수륜농협 김명희 조합장은 "할아버지의 작품들을 모두 한곳에 모아 전시하기 위해 2천만원을 들여 농협에 전시실을 준비중"이라면서 "후세에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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