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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여성의 당당한 자리매김

여성이 장군이 되었다. 국방의 의무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어 왔는데, 그곳에서 여성이 별을 달았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구분이 완화되어 가는 것이 반갑다. 여성의 장성 진급은 적지 않은 남성이 간호사가 되고 미용사가 되는 요즈음 또 하나의 자극이었다. 새 길을 개척한다는 것은 힘이 든다. 그러나 그는 새 길을 열었다.

일반 일터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 허다하다. 교수는 일반화되어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내가 봉직하고 있는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내 연구실이 있던 건물에는 여성용 화장실이 따로 없었다. 지금 연구실이 있는 건물로 옮겼을 때에는 복도에 남녀 교수용 화장실이 있기는 했지만, 여자 화장실은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비워 달라는 내게, "아, 이 건물의 화장실에는 남자교수용, 김정숙 교수용이라고 적혀 있네요" 라며 농담들 했다.

사람은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이 자신의 생활비를 충족시킨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조건 때문에 이 행복을 얻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여성에게 사회역할을 주지 않았던 전통 때문에 여성에게는 이 점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또 여자는 어느 분야이든 양념처럼 한 명쯤 있으면 된다는 사고가 강하다. 그래서 여성이 한 명쯤 이미 자리잡고 있는 곳에 취직하려는 다른 여성들은 서류접수조차 시도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은 많이 생겼어도 정책 결정자리에 있는 여성은 전체 4%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 대통령 후보들이 여성존중 정책, 여성고용균형 정책들을 주장하고 나온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정 비율을 채우기 위해 남성보다 실력이 없는데도 같은 자리에 오른다면 이 또한 불평등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여성이 진출하게 되면 남성과 대등하게 일하기 어렵다. 여성장군은 군의 양념이 아니다. 그도 그 분야에 있어서 핵심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성에게 적지 않은 차별을 하고 있다. 여성은 이에 대응하면서 당당하게 서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여성 자신의 실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악조건이 있다면 남녀 모두 같이 감당하면서. 김정숙(영남대 교수.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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