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국, 한.일합작 등 산지(産地) 낯설면서도 꽤 주목받은 영화들이 2주간에 걸쳐 관객을 유혹한다. '조폭류'의 가벼운 영화에 '대취'한 국내 관객들의 호응여부는 그러나 지켜볼 일이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아모레스 페로스'는 우리에겐 특히 낯선 멕시코 영화.
'인류학의 실험장'이라는 멕시코 시티의 다양한 인물들의 세가지 이야기가 각자의 사정에 따라 흘러가지만 개가 매개가 되면서 하나의 교차점을 향해 달려간다. 투견장을 도망쳐 나와 자신의 개 코피와 함께 깡패들에게 쫓기던 옥타비오가 과속을 하다 부딪친 다른 차안에는 발레리아가 있다. 이 사고로 발레리아는 부상을 입고 모델로서의 경력에 종지부를 찍는다. 치보는 사건현장을 목격하고, 옥타비아를 차안에서 끄집어내고 총에 맞은 코피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간다. 이 사고는 옥타비오에게는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는 셈이지만 발레리아와 치보에게는 삶의 모든 것을 바꿔 버리는 거대한 전환점이다. 개는 인간의 타락과 동물적인 본성을 일깨우고, 또 비판하는 은유다. 자기를 향해 총을 겨누는 치보를 쳐다보는 코피의 그 무구한 눈동자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데뷔작이지만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칸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성가를 올렸다.
중국산 '북경자전거'는 소년들의 성장과정에서의 아픔을 그린 청춘영화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중국 사회의 비판적인 자화상으로도 볼 수 있다.
시골에서 막 베이징에 올라온 구웨이는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취직해 자전거 대금을 다 치러갈 무렵 자전거를 다른 소년 지안에게 도둑맞고 한 사람은 생업을 위해, 한 사람은 여자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전거를 두고 피터지게 싸운다. 비토리오 데 시카의 대표작인 '자전거 도둑'(1948년)과 흡사한 전반과는 달리 이 영화는 막판 피를 흘리며 자전거를 쟁취한 구웨이가 도로를 걸어갈 때 그 위를 덮는 자동차의 물결을 내보이는 것으로 현대 중국의 생존방법을 되물으며 온전히 중국화된다.
6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영화계에 등장해 리얼리즘영화에 치중하고 있는 '6세대'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왕샤오솨이 감독 작품.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과 전주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었다. (이상 17일 개봉)
지난달부터 일본 열도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재일교포 3세의 청춘을 그린 한일합작영화 'GO(고)'가 한반도에 상륙한다.
영화 속 주인공 스기하라(한국명 이정호)는 원작자인 가네시로 가즈키(한국명 이효진)와 마찬가지로 조총련계 초.중학교를 거쳐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뒤 일본계 고등학교에 다닌다. 권투에 능한 스기하라는 일본인 친구들을 때려눕히고 '짱'으로 떠오르지만 일본 여학생 사쿠라이에게 마음을 빼앗기는데….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슈운지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한 유키사다 이사오가 메가폰을 잡았다. 재일교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의 영화와 달리 스기하라는 피해와 가해의 역사나 남북의 이데올로기 따위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여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을까봐 국적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전부다. 실제로도 모국인들의 기대에는 아랑곳없이 스기하라가 재일교포 신세대의 '진면목'인지도 모른다.
신세대 스타 구보쓰카 요스케와 시바사키 고가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김민과 명계남도 각각 한국대사관 직원으로 얼굴을 내밀어 한일합작영화의 의의를 살렸다. 24일 개봉.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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