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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어 대신 생각해 주겠다고 하면, 아마들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화를 낼 자격이 있을까?

지난 주 한 탤런트가 마약복용 혐의로 체포되면서 TV화면을 메웠다. 미디어들은 푸른 색 옷을 입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가 연출했던 가장 청순했던 때의 사진들을 교대로 비추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심지어 몇몇 사진기자들의 고개를 들라는 외침도 화면과 함께 전해졌다. 그 다음날부터는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보고가 스포츠 신문들을 메웠다.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뉴스의 비중 자체가 상업적 이윤에 기초해서 선정된다. 또 거의 모든 뉴스는 여론을 형성할 정도로 편집되어 제시되기도 한다. 그리고 독자나 청취자들은 강자 쪽의 정보나, 관계가 깊은 나라의 정보만 접하게 된다. 마치 지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데 한국에는 영어권 정보는 많으나, 그 상대국인 아랍권의 정보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지난주 우리 정부는 결핵백신을 북한에 다 주었다는 뉴스가 짤막하게 전해졌다. 이 사건이 한 탤런트의 마약 복용보다 더 비중이 낮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편집된 뉴스에 자신의 정신을 마비시켰다. 그 탤런트는 마약을 먹었지만, 뉴스는 우리에게 또다른 마취제를 먹여주었다. 또한 그 탤런트를 그런 방법으로 단죄할 권리가 보도자들에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대의 함정 위에서 살고 있다. 특히 여론의 방향을 미리 결정할 만큼 편집된 뉴스나 논평들에 접하면서, 우리는 자신과 스스로 대화하며 자신의 의견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자신에게 도착한 편집된 의견들을 마치 자신의 의견인 양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생각할 수 있어 인간이라고 하는 우리가 머리는 미디어에게 내주고, 몸만 다니고 있지는 않은지? 월남전이 성전인 줄 알았던 나는 한국군인들에게 당한 한을 말하는 월남인들을 만난 바 있었다. 그 후부터 나는 나 대신 생각해 주려는 사람들에 대한 맞섬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영남대 교수.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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