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5일 오전 9시 대구시 북구 산격동 ㅅ아파트 103동 1003호. 10여평 남짓한 이곳에서 외할머니(79), 외삼촌(35)과 함께 사는 박하늘(가명·15·중2)군은 "토·일요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풀이 죽어 있었다. 태어나 8개월만에 어머니를 잃고, 4살 되던 해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려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하늘이는 유일하게 의지했던 외삼촌 마저 몇달 전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토·일요일이 더 싫어졌다. 하루종일 혼자이기 때문이다.
같은날 오전 11시. 같은 아파트 106동 119호, 7평 남짓한 이곳에 혼자 사는 박(89) 할머니. 할머니는 "굶는 것 보다 쓸쓸해서 일요일이 더 힘들다"고 했다. 지난 6월부터 함께 살고 있는 남동생 내외가 건설 현장을 떠돌기 때문에 할머니는 2주째 혼자 지내고 있다. 평일에는 복지관 자원봉사자들이 1시간 정도 가사일도 도와주고 말벗도 해주지만 주말엔 아무도 찾지 않는다. 한주 내내 힘들었던 자원봉사자들도 주말에는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년·소녀가장, 홀로노인들의 주말은 더욱 춥고 외롭다.
대구시 여성정책과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소년·소녀 가장 213세대 307명을 돌봐줄 가정위탁 제도를 도입, 이들의 친·인척 대상 위주로 실시하고 있지만 현재 위탁은 34세대 43명에 그치고 있다.
홀로노인도 마찬가지. 대구시 사회복지과에 따르면 홀로노인은 98년 9천582명, 99년 1만1천736명, 지난해 1만2천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가정 봉사원은 현재 410명에 불과, 가정봉사원 1명당 29.3명의 홀로노인을 보살피고 있다.
일부 복지관은 시간당 4000원의 유급 자원봉사자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예산사정으로 토·일요일은 홀로노인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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