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지금의 사천성)는 사방에 산이 높아 비구름이 많은 탓으로 해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어쩌다 해가 뜨면 개들은 이상타고 동네가 시끄럽게 짖어댔다. 여기서 생긴 말이 촉견폐일(蜀犬吠日), 폐(吠)는 마구 짖어 댈·폐. 싱겁고 얼빠진 사람, 경상도 말로 시건머리 없는 사람, 남의 사정 제대로 모르면서 허둥대는 덤벙이 '촐싹이' 등을 빗댄 말일터. 남의 나라 음식문화 개코도 모르면서 짓까부는 프랑스사람도 바로 촉견폐일하는 꼴이다.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걸린 사람이 지난 한해동안 566만명나 됐다. 217만명이 오물투기로 걸렸고 담배피우다 80만명, 취중행패·소란 피우다 31만명, 자연훼손하다 2만5천명이 경범딱지를 끊겼다. 이중 3만원짜리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은게 도합 120만명이니, 얌체짓하다 무려 400억원의 생돈을 문것이다. 아까워라 그돈, 적선이라도 했으면 복이나 받지.
▲개고기 비판하는 프랑스사람 욕만 하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경범죄처벌 50개항목에 위해동물관리소홀행위, 동물방변(放便)방조행위 란게 있다. 지금껏 시민들의 양식에 맡긴다고 그 적용을 피해왔다는게 경찰과 행정당국의 그간의 해명이다. 그러나 요즘 개를 키우는 사람의 생각들이 썩 사려깊지는 않은탓인지 주택가나 공원·대로변 등지에서 얼굴 붉히거나 멱살잡이하는 광경이 심심치 않다. 개는 많되 '개문화'는 성숙되지 않은 탓이다. 사실 개는 좋아하는 이도 많지만 질겁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흔히 산에서 개때문에 싸움이 난다. 개는 왜 데리고 나와 사람놀라게 하느냐, 이 개는 안문다, 제식구니까 안물지, 산에 개 데리고 오지 말란 법 있느냐, 여기가 미국이냐 정 그러면 묶어서 다녀라… 시비가 이 정도에서 끝나주지 않으니까 점점 사회문제가 돼 간다.
▲갑자기 뛰어든 개때문에 급정거하다 뒤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도 큰길에서 심심찮고, 차에 받혀 세상 뜬 견공들도 길바닥에 흉하다. 똥누고 오라고 풀어놓은 개가 등교길에 초중고생다리를 물어 어른싸움으로 번지는 장면도 주택가엔 많다. 이런것들은 신문에 나지도 않는다. 80년대에 소멸된 것으로 믿었던 공수병(광견병 걸린 개에게 물려서 발병)이 재발된 것도 재작년부터다. 동물을 사랑할 자유는 당연히 있지만, 그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않을 의무를 전제로 한다. 바로 혐연권이 끽연권에 우선하는 상황과도 같은 것. 경범죄처벌 조항조차 필요없는 양식있는 개문화를 기대한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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