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정일의 색깔과 모양

'경북 달성 출생/ 최종학력 중졸/ 여호와의 증인인 어머니/ 소년원 생활/ 문학과의 운명적인 만남/ 최연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글쓰기/ 영화.연극/ 외설시비/ 구속/ 그리고 파리에 가 있는 소설가 부인 김이현…'.

재기발랄한 언어와 일탈적인 행동으로 잇단 신드롬과 파란을 불러 일으키며 우리시대의 문학적 게릴라로 등장한 문제의 작가. 장정일(40)을 아십니까.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일까.

'거짓말 사건'이후 그의 문학은 논의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말았으며, 그가 일으킨 파장 또한 한때의 소동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그를 재조명하고 그의 문학을 제대로 탐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일까.

작가 장정일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우선 도서출판 '행복한 책읽기'의 '우리시대의 인물읽기 시리즈' 제1권인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부터 펼쳐 볼 일이다. 이 책은 음란서적으로 낙인찍힌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필화를 입고 구속된 장정일을 여러 방면에서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시.소설.영화.연극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일탈적인 작가 장정일을 밀착 취재한 글과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색깔의 스케치가 그의 참모습에 천착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작가 자신의 단상기록인 '아무 뜻도 없어요'. 여기에는 이문열의 발언.미당논쟁.시민운동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와 감옥.동성애 등 장정일을 떠올리는 화두는 물론 컴퓨터.택시 등 일상적인 주제에 이르는 그의 사색의 편린들이 담겨있다.

또 거짓말 사건의 변호사였던 강금실의 변론기는 문학과 법의 관계를 되짚으면서 우리시대의 허위의식과 억압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으며 취재기자로 만나 지인이 된 남재일의 글은 장정일의 진솔한 모습과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와 만나게 한다.

이밖에도 장정일의 극렬한 실험적 글쓰기에 대한 옹호와 비판을 담은 신철하의 문학평론과 그가 영화에 미친 영향을 짚어본 전찬일의 영화평론은 장정일을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그리고 20컷에 이르는 사진자료와 소설가 부인 신이현이 그린 일러스트들이 그의 모습을 더 실제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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