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 나이에 주책스럽게…".한국에서 나이든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가는 세월 당해낼 장사가 없음에도 늙어감에 대해 대부분 거부감을 갖게 되고 게다가 매사 나잇값을 따지려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 심하다. 젊을 땐 나이들어간다는 것을 남의 얘기로만 안다. 그러다 어느 날 훌쩍 중·장년에 접어든 자기 나이를 깨닫고 결사적으로 세월을 되돌리려 애쓴다.
그러나 "나는 나이가 들어서, 늙어서 더 아름답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나이들어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할 뿐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삶의 향기를 불러 넣을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주부 이명숙(44·대구 봉산동)씨는 요즘 어떻게 하면 잘 늙어갈까를 고민한다.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한다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하지만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란 이제서야 긴 터널을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씨는 늘 하고싶었지만 미뤄왔던 일부터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이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에 지원, 대학생활의 꿈을 이뤄볼 생각이다. 오랫동안 며느리·아내·어머니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일이 서툴다. 그래도 '인생 2모작'은 내 의지대로 살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쉰고개를 앞둔 삶이 결코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추한 것이 아니라는 김선화(49·대구 신암동)씨.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이때까지 뭘 하고 살았나 하는 허무한 생각이 더 들었지요. 이제 50대를 맞이하고 보니 오히려 덤덤해지네요. 나이든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김씨는 늙는다는 것을 기분좋고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게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50대 중반의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그의 저서 '나이듦에 대하여'에서 늙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한다. 주위에서 이야기하는 나잇값이 아니라 '자신만의 나잇값'을 살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그 자신이 "어떻게 나이를 먹을지 생각하며 살자고 서른아홉에 대학원 들어가 공부한다, 강연한다, 원고쓴다, 살림한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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