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안기부의 사건조작=수지 김(한국명 김옥분)의 남편 윤태식씨는 87년 1월3일 새벽 돈문제로 심하게 다투는 과정에서 부인 김씨를 살해한 뒤 자진월북을 결심하고 홍콩을 떠나 다음날 북한대사관이 있는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북한대사관을 찾은 윤씨는 입북의사를 밝혔다가 거절당하자 다시 미국대사관으로 찾아가 망명의사를 밝혔지만 한국대사관으로 신병이 넘겨졌다.
윤씨는 대사관에서 안기부 요원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며 "아내는 북한 공작원으로 그와함께 조총련계 공작원들에 의해 납북될 뻔 했다가 탈출했다"고 진술했다.안기부는 윤씨의 주장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납북미수 기자회견을 개최하려고 했지만 "윤씨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대사관측이 이에 완강히 반대하자 태국방콕으로 윤씨를 데려가 1월8일 현지에서 1차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같은달 9일 김포공항에 도착,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직후 윤씨는 안기부 남산분실로 연행돼 홍콩을 떠난 이후 행적을 집중적으로 추궁받자 다음날 새벽 "사실은 내가 아내를 살해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진월북을 시도했다"고 실토했다그러나 장 전 안기부장은 당시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도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진상발표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안기부는 기자회견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윤씨에게 주싱가포르 미국대사관에 들렀던 사실까지 숨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0..경찰 내사중단=홍콩주재 외사협력관 조모 경정은 작년 1월28일 보고내용에는 "홍콩경찰이 수지김의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윤씨를 지목하고 있으며 사법공조 조약에 따라 한국측에 관련증거 일체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 당시 경찰청 외사관리관이던 김모 치안감에게 보냈다.
이에 따라 김 치안감은 다음날인 1월29일 경찰청 외사분실에 사건을 배당하고 내사토록 지시해 사건발생 13년만에 수지김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내사가 시작됐다.비슷한 시기 같은 정보를 입수한 김승일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도 이를 엄익준 당시 2차장(작고)에게 보고했지만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국정원은 이어 경찰이 같은해 2월14일 윤씨에 관한 조사기록 열람을 요청함에따라 경찰의 내사사실을 알게됐고, 엄 전 차장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국제적으로나 북한에게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무영 경찰청장을 만나 수지김 사건을 설명하고 수지김 사건이 공개되면 곤란하다는 뜻을 전하라"고 김 전 국장에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김 전 국장은 다음날 오전 10시께 이무영 당시 경찰청장을 방문했고 "사건을 묻어달라"는 김 전 국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 전 청장은 다음날(2월15일) 김 전 치안감을 불러 수지김 사건을 국정원에 넘겨주라고 지시함으로써 수지김사건에 대한 내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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