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구 노년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최근 한 70대 할머니에게 진한 감동을 받았다. 얼마전 이 곳을 찾은 배분금 할머니(75.대구시 서구 비산동)는 보자기에서 곱게 싼 40만원을 꺼내 내놓았다. 혼자 사는 배 할머니는 "매달 정부보조금(17만원가량)에서 6~7만원씩 모아 저축한 적금을 탔다"며 같은 처지의 노인을 위해 써 달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이곳 관계자는 "40만원은 한달 생활비가 수만원도 안되는 할머니에겐 큰 돈"이라며 "한 겨울에도 군불을 아끼며 돈을 모았다는 얘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센터측은 배 할머니의 정성만 받아들이고 성금은 돌려줬으나 끝내 성당을 찾아가 기부했다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온정이 메말라가고 있지만 빠듯한 처지에서도 남을 도우려는 작은 사랑의 손길들은 오히려 더 빛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에 들어간 구세군 경북본영 경우 경제난으로 모금이 줄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20일까지 모금액은 6천695만1천15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천143만140원)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전체 기부자 가운데 1천원을 낸 기부자가 70%를 웃돌 정도로 '소액성금'이 많아졌기 때문(지난해보다 5.5% 증가)이라는 게 구세군측의 설명이다.
구세군 성금에는 아름다운 사연도 잇따라, 칠곡 동아백화점에 설치된 모금함엔 지난 주말 70만원씩 나눠 담은 봉투 2개를 50대 남자가 밀어넣고 황급히 사라졌다. 그 봉투의 겉에는 '부의금'이라고 씌여 있어 장례식을 치른 뒤 성금을 낸 것으로 관계자는 추정했다. 또 한 40대 여성은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돈이라며 10만4천원을 건넸다.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두달동안 성금을 접수하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기업체 등의 '뭉칫성금'은 지난해 보다 30%가량 줄었으나, 전체 모금은 20일 현재 2억7천만원에 달하고 있다.
지체장애 아들(30)을 둔 권모(57.여.서구 비산동)씨는 주말마다 식당일이 끝나는 새벽 4시부터 장애인 복지센터에서 아침밥을 지어 주고, 오후엔 홀로노인들에 밑반찬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권씨는 "가진 것이 없어 몸으로 돕는 정도지만 요즘처럼 보람있는 때는 없다"고 흐뭇해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철호 사무국장은 "경제한파속에서도 정작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이 보태는 작은 정성이 크게 늘었다"며 "진정한 '기부'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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