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모(48.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빚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최근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부도를 내고 지난 97년 목숨을 끊은 남편이 진 빚을 갚으라는 채권자들의 행패가 3년째 계속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채무도 상속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박씨처럼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해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상속이 개시되면 피상속인의 재산상 권리와 의무는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포괄적으로 승계되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은 물론 채무마저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규정한 민법 및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은 민법상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 법사위는 상속 재산을 넘는 빚은 갚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산보다 더 많은 빚을 상속받았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지겠다'는 한정승인 신청을 하면 상속재산의 범위를 넘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개정의 골자다.
법이 개정됨에 따라 '빚 상속'에 따른 선의의 피해 발생은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한정 승인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채무가 상속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경우 상속 재산이 없다고 태무심히 지낼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채무나 빚보증에 대해서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 예기치 못한 '빚 상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속 포기 신고를 해 놓는 것이 좋다.
'상속 포기 신고는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가정법원에 낼 수 있다. 상속인이 여러명일 경우 각자가 독자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 상속 포기 신고를 하면 피상속인의 채무가 승계되지 않으며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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