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일본 엔화가 심리적 저지선인 130엔 아래로 미끄러져 중국 위앤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들의 동반 절하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역내 통화 마찰이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홍콩 명보 등 중화권 언론들은 사설 등을 통해 엔화의 급속 절하가 몰고 올 파국을 경고하고 나섰으나 일 정부 관계자들은 경제위기 탈출의 최후 수단으로 엔화 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중국,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통화 마찰은 물론 교역 갈등도 초래할 전망이다.
3개월째 하락세가 지속중인 엔.달러 환율은 25일 홍콩 외환시장에서 130.92엔을기록, 130선 장벽이 무너졌다. 달러당 130엔 돌파는 98년 10월 이후 3년2개월만에처음이지만 엔화 가치 급락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을 보이고 있어 중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통화 절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금융계는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10여년에 걸친 장기 불황 타개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으나 여의치 않자 고육지책으로 엔화 절하 카드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지난 10일 "최근 엔저는 경제의 기초 조건으로 보아 지나친 엔고가 수정되는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으며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은 25일 "엔저가 좀 더 진행되어도 이는 일본경제의 기초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오가와 재무상의 발언은 135엔대까지는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외환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최대 교역 대상국 중 하나인 중국 금융 당국은 "엔화 급락세를방치하면 97년 경제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자 사설에서 "엔화의 장기적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아시아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통화 절하에 나섬으로써 역내 경제가 황폐화될 것"이라며 일본 당국에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대변인은 인민일보 사설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다이샹룽(戴相龍) 중국인민은행장은 수 개월 전만해도 "엔.달러 환율이 130엔 이하로 떨어지면 위앤화 환율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강조 130엔을 환율 안정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엔화 급락세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고는 '수사'에 불과하며 중국의 통화절하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6일 홍콩의 한 금융전문가 말을 인용, 중국의 경고발언은 일 당국에 대해 절하 속도를 늦춰달라는 간접 의사 표시로 논평했다. 중국은2천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위앤화 절하를 유도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데다 일본제 주요 상품 수입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엔화 절하가 나쁘지만은않다는 것이다.
인민일보의 독자도 인터넷 신문(人民網)에 "엔화가 (달러당) 140엔까지 떨어질경우 아시아 통화들의 동반절하가 불가피해지겠지만 위앤화를 절하할 경우 중국이나외국 모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는 글을 올려 환율 안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 정부의 견해를 반영하는 사회과학원의 리양(李揚) 금융연구센터 주임이 11일 '중국증권시장진단' 세미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인민폐 절상 압력이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며 투자자들은 절상 추세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중국의 안정적인 환율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리 주임은 수출 경쟁력 제고외에 국내 생산력의 증대로 인민폐 절상 압력이 절하 압력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인민폐 절상은 나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기업들은 위앤화 절상이 안 될 경우 엔화 절하로 당면한 경제난을 풀어야 하며 위앤화가 30% 정도 절상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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