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쉽게 부패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인 것이 자반이다. 비늘을 벗기고 내장을 뺀 다음 왕소금을 뿌려 꾸더꾸덕 말리면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다. 교통 수단과 냉장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의 내륙이나 산골에서는 싱싱한 생선을 맛보기 어려워 생선이라면 으레 자반이었다.
밥상에 오르는 자반구이나 조림 반찬이 바다 생선의 전부였을 정도다. 생선은 운반 도중 상하기 일쑤이므로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장일수록 회로는 물론 매운탕으로도 즐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특히 고등어는 일단 물 밖으로 나오면 신선도가 금방 떨어질 뿐 아니라 빨리 상해 자반으로 만들어 두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안동 지역의 특산품인 간고등어는 그 대표적인 예다. 영덕에서 소금에 절여 지게나 수레에 싣고 한나절이나 걸려 안동 장터에 이를 때쯤 알맞게 간이 배기 마련이어서 품질이 좋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으며, 일찍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그 유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륙 지방에 웬 생선 특산물이냐'고 반문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안동에서는 조선조부터 생선 염장업인 어물도가가 발달하기 시작해 고등어의 경우 감칠맛과 푸른 빛깔이 잘 살아나게 하는 염장 기술까지 개발, 서울·충청·강원 남부 등 내륙으로 가는 생선 유통 중간 기착지로 자리매김했었다. 교통 수단의 발달과 더불어 쇠퇴의 길을 걷게 됐지만, 이런 사정으로 안동 간고등어는 먼 고장에까지 유명세를 타게 됐던 것 같다.
▲지난 1999년 브랜드화된 '안동 간고등어'가 본격적인 미국 수출 길에 올랐다 한다. 그동안 미국 수출을 꿈꿔 왔으나 규격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중 최근 'ISO 9001(품질 경영 시스템)' 'HACCP(위해 요소 중점 관리 제도)' 국제 인증을 획득, 그 꿈이 실현된 셈이다. 〈주〉안동간고등어는 미국 해갈무역과 15t(1만5천손·8만달러 어치)을 수출키로 계약, 1차로 5t을 지난 15일 항공편으로 발송했다. 이어 2차분 10t은 이달 말 부산항을 통해 선박편으로 보내지게 된다.
▲지난해 〈주〉안동간고등어는 미국 뉴욕의 유통업체인 서진아메리카와 함께 미주 지역 '안동 간고등어'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 설립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도 주로 재미교포를 겨냥한 발상이겠지만, 이번 '미국 수출 길 열기'는 지역 특산품이 해외로 진출하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우리의 지혜가 배어 있는 것들의 '세계화'를 새삼 꿈꿔 보게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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