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기다림과 서두름

우리는 기다림과 서두름 사이에 늘 서 있다. 서둘 것은 서둘러야 하고 기다릴 것은 기다려야 한다.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서둘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늘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기다림과 서두름 사이의 긴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먼저, 우리에게 있어서 서둘러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40년 간의 궁중교육과 40년 간의 광야생활을 통한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에게도 이처럼 먼저 사람을 교육하고 키우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중국속담에 "웃지 못하는 남자는 가게를 열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질서를 지키는기본적인 소양들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히딩크 감독의 축구를 통해 눈여겨본 것이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체력이라는 기본을 매우 중요시한 사람이었다. 기본적인 것을 서두른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기다려야 할까? 모든 것은 공감을 통하여, 문화라는 형태로 아우러져서 결국 하나의 실체로 드러나는 것이다.그러므로 기본에 충실한 후 그것이 문화로서 뿌리를 내리기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대구는 전통적으로 섬유도시다.

섬유산업이 패션과 함께 발전해나갈 비전을 갖고 있다. 섬유에 기반을 둔 그 뿌리는 그렇게 쉽게 허물 수도 없고 허물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공업의 견인차 역할을 한 섬유패션산업! 그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해갈 섬유패션산업!그러나 이젠 서둘러야 할 것이 있고 기다려야 할 것이 있다.

서둘러야 하는 것은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다려야 하는 것은섬유패션 산업의 문화이다. 섬유를 기반으로 한 밀라노의 전통적인 패션문화는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인위적으로 되지 않는 것은기본에 충실하고 또 꾸준히 투자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경일대 교수·섬유패션학과 이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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