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검은 당나귀들이 다가오듯어두움이 왔다

갈참나무잎들은 끼리끼리 입맞추며

각자의 잠자리로 찾아들었다

지금 적막한 계곡에서

흐르는 물만이 소리 낮추지 못하는 건

물 밑 모래,

돌들의 안달 때문이다

제 자리에 서지도, 멀리 가지도 못하는

조바심 탓이다

검은 당나귀들이 지나가듯

밤이 깊어지고,

당나귀들이 뿜어내는 지린내처럼

질펀한 밤이

안달하는 것들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김세웅 '야영'

계곡에서 야영을 할 때 밤이 깊어지면 물소리만 계곡 가득히 들린다. 그런데 그 물소리가 물 밑 모래, 돌들의 안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의 예민한 감각은 그것을 눈치채고 있다. 특히 제 자리에 서지도, 멀리 가지도 못하는 조바심 탓이다는 구절에 이르면 어느새 안달하는 주체가 모래나 돌이 아닌 인간으로 전환되는 정서의 극적 전환을 맛보게 된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의 자기 성찰의 공간도 생긴다. 이게 바로 시의 힘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국을 향해 반박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경심 기소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
LG에너지솔루션의 포드와의 대형 전기차 배터리 계약 해지가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
방송인 유재석은 조세호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하차한 사실을 알리며 아쉬움을 표했으며, 조세호는 조직폭력배와의 친분 의혹으로 두 프로그램...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