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사업자들이 유통.서비스, 공공부문 등의 진출에 앞서 노리는 첫 교두보는 대중교통분야다. 따라서 전자화폐 도입 초기의 경우 기득권을 가진 교통카드 사업자와 일정부분 마찰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11월 대구시가 교통전용카드(대경교통카드)를 도입하려고 할 때 전문가들은 "전자화폐가 대세인 점을 감안할 때 교통전용카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궁극적으로 혼란과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전자화폐에 사용되는 스마트카드는 IC(Integrated Circuit)칩을 내장하고 있어 안정성과 확장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 스마트카드가 교통분야에 적용되면 '교통카드'의 기능을 하고, 여기에서 유통.서비스, 각종 공공요금, 수수료, 인터넷 등의 결제수단으로 그 기능이 늘어나면 '전자화폐'로 발전하게 된다.
또 각종 신분증, 의료보험증, 신용카드 등 다양한 기능들을 다시 포괄할 수 있다. 시민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스마트카드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교통카드는 전자화폐(스마트카드)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셈이다.
전자화폐와 교통카드의 갈등은 부산의 하나로카드(교통카드)와 마이비카드(전자화폐) 분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998년 '하나로카드'가 부산 교통카드로 출범, 자리를 어느정도 잡고 있는 상태에서 2000년 9월 부산 전자화폐 '마이비카드'가 도입되자 양측간의 경쟁이 격화된 것이다.
전자화폐는 당연히 교통카드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결제수단으로써 교통카드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오자, 하나로카드는 벤딩머신 생산업체와 계약을 맺고 교통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커피자판기를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통카드가 유통부문으로 진출하자 전자화폐업체인 마이비는 강력 반발했다. "전자화폐 발급주체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금융기관이어야 하는 데 하나로카드 발급주체는 부산교통공단과 버스조합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교통카드 이외의 기능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갈등과 공방은 법적분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대구의 교통카드 도입은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전자화폐든 교통카드든 도입의 제1목표는 '시민생활의 편리'에 있는 데, 대구교통카드는 같은 생활권인 경북지역(경산, 구미, 왜관, 영천, 고령 등)을 함께 참여시키지 못하고 '행정구역상 대구시'에 제한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오히려 대구.경북을 드나들며 생활하는 많은 시민들의 생활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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