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연설은 일단 명쾌하고 단순명료하다. 군더더기나 미사여구보다는 직설화법을 주로 쓴다. 김해출신답게 경남 방언도 적절히 구사하고 친근감의 표시로 '반말'도 곧잘 쓴다. 또 즉흥연설 위주여서 연설문안에 따른 모범답안이 없고 매번 유세 때마다 레퍼토리가 조금씩 바뀐다. 연설 담당직원들이 그만큼 편하다는 얘기다.
5일 부산 사상구 시외버스 터미널 앞 거리유세에서 노 후보의 첫 말은 "자꾸 카지 마이소. 울었분데이"였다. 환호를 보내는 일반 유권자와 노사모 회원들에게 보낸 인사였다. 그의 말대로 "어려울 때 지켜주고 격려해 주신 고향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 친근한 사투리로 옮겨지는 것이다.
지역출신이 방언을 쓰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탈(脫)지방'을 좇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노 후보는 이와 함께 '~그렇지 않습니까'라는 반어법도 적절히 구사해 청중의 반응을 곧잘 유도한다. 그럴 때면, 손동작도 쓰는데 주먹을 불끈 쥐거나 손바닥을 곧게 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연설하는 모습이 YS의 연설을 빼닮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노 후보는 또 유세도중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대중가요를 불러 흥을 돋우기도 한다. 이날 부산 동래구 구포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부산 갈매기'를 불었다. 노래 중간에 마이크를 청중 쪽으로 돌려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쇼맨십도 구사, 정치유세장인지 공연장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세 분위기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시간 어기기가 일쑤다. 그래서 유세일정이 번번이 지연돼 수행비서나 당직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또 '~습니다' 체를 자주 써서 딱딱하게 들리기도 하고 비유보다는 직설화법을 써 공격적으로 들린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노 후보의 연설은 대중적이어서 청중을 사로잡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다소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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