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새야, 너는 길 없는 길을 가져서 부럽다. 길을 내거나 아스팔트를 깔지 않아도 되고

가다가 서다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어디든 날아오를 때만 되면 잠시 허공을 빌렸다가

되돌려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길 위에서 길을 잃고, 길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길이 너무 많은 길 위에서

새야, 나는 철없이 꿈길을 가는 아이처럼

옥빛 허공 깊숙이 날아오르는 네가 부럽다.

-이태수 '새에게'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자유'를 형벌이라고 했다. 자유는 끊임없는 존재의 불안을 가져오고, 현대인은 주어진 그 자유안에서 결단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시의 화자가 새를 부러워하는 것은 새의 자유 때문이다.

우리 앞에 놓여진 많은 길을 두고도 길을 잃거나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은 비록 이 시의 화자뿐이 아니다. 두 갈래 길 가운데 어느 길을 가도 회한은 남기 마련이라는 게 미국 시인 푸르스트의 시이다.

또 새해가 시작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어가보자.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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