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청탁땐 패가망신'의 참뜻

노무현 당선자는 어제 자기당 연수회에서 "인사청탁땐 지금까지는 '밑져야 본전'이었으나 앞으론 패가망신하게 하겠다" 이런 표현을 썼다. 잘 들으면 옳은 말이요 잘못 들으면 어째 으스스하다. "인사청탁 좀 했기로서니 망신은 몰라도 패가(敗家)까지야…"하는 반응에서 당선자의 정제되지 못한 표현기법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뜻의 '진의'쪽에 후한 점수를 주고자 한다.

그는 또 기업이나 조직의 '다른 청탁'도 세무조사나 특별조사를 해서 살아남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노 당선자의 아예 작심한듯한 이 발언은 역대정권에서의 인사청탁.정경유착의 폐해에 몸서리를 낸 국민여론에 대한 대답이라고 우리는 읽는다.

YS-DJ 두 정권하에서 영남.호남 패가르듯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고'해온 청탁인사의 작폐가 정권에따라 특정지역 인재고갈 현상까지 빚었음을 우리는 안다. 또한 정권이 바뀐후에 듣도 보도못한 기업들의 급성장도 보고, 이 정권이 끝나면 그 기업 성하겠느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있음도 안다. 그래서 사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부패를 확대재생산하는 이 병폐를 고치겠다는 당선자의 의지에 공감하고 유종의 미(有終之 美)를 거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첨언한다면 이같은 시도가 기업활동에, 공직사회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용, '포지티브 운동'으로 번져가도록 해야한다는 점이다. 애로사항의 해결을 부탁한 것이 청탁이 되어버리고, 공직자들이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방편으로 이 운동이 위축.변질된다면 그것은 당선자의 뜻과는 거꾸로 가게될 것이다. "대한민국에 털어서 먼지안나는 기업 있나?"하는 식의 반응이 나오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국 '청탁문화'란 청탁을 하는 쪽 받는쪽 모두의 문제라는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책인수위'라고 자처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그 '현실적.합리적 답안'을 요구한다. 새정권의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한국을 부패국가로 낙인찍은 외국기업들의 생각부터 확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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