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울면서

봄이 가는 것을 본다

축복은 신의 몫이라지만

불행은 또 누구의 몫으로 남아

긴 갈증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피곤한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가

甲年을 바라보는 봄의 한때

처연히 지는 꽃을 보면서

상장처럼 울고 있는

검은 봄을 본다.

-도광의 [검은 봄]

봄은 내면으로 오는 것이지 풍경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승에서의 그리운 이를 떠나 보내고 홀로 있는 시인에게는 봄은 꽃잎조차 슬픈 무늬로 각인 되어 처절해진다.

모처럼 맞이하는 이 봄도 그에게는 긴 갈증을 드리우는 검은 봄 이외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가슴 저미는 현대의 엘레지다.

권기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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