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흑천지 속 악취...지옥이 따로 없어

연기가 일부 걷힌 오후 3시30분쯤 취재기자가 승강장 안으로 진입했을 때의 모습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출입구로 들어서자말자 매캐한 연기가 코를 옥죄어 왔고, 지하 1층 첫번째 광장은 여전히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앞은 보이지 않았고 옆 사람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지하1층과 지하2층 광장 및 계단 천장은 시커먼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소방차들이 뿌린 물이 온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전동차가 서는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통로와 계단에는 유리 파편, 타일 조각 등이 곳곳에 깔렸고, 천징 일부가 내려앉아 골조가 흉하게 드러나 있었다.

광고판도 터져 뼈대만 앙상했다.

사고 현장인 지하 3층 플랫폼은 전기가 모두 끊겨 암흑 천지였다.

소방관들이 소지한 손전등이 유일한 불빛이었다.

시체가 곳곳에 있었으나 암흑은 수습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그런 플랫폼에는 불에 탄 전동차가 뼈대만 남은 채 주저앉아 있었다.

각 6량씩의 안심 방향 및 대곡 방향 열차는 나란히 고철로 변해 서 있었고 그때까지도 객차 내부 곳곳에서는 불이 타 오르고 있었다.

열차의 창은 엄청난 열로 녹아내려 버렸다.

전동차 몸체에는 여전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객차 내부에서 심한 악취가 나자 구조대원은 그것이 사체 타는 냄새라고 설명했다.

전동차 안팎에는 시체들이 나뒹굴었고 승객들의 가방·신발·안경 등이 곳곳에 널브러져 참상을 전했다.

구조대원들은 사고 현장 곳곳을 헤집으며 사체를 업고 출구로 빠져 나갔다.

어떤 소방관은 혹시나 숨이 붙어 있을지 확인하느라 시체의 가슴에 손을 대 보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체는 완전히 훼손돼 신원조차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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