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병세가 위중하다.
28세인 1949년 첫 시집을 낸 이후 지금까지 51권의 시집을 냈다.
"85세까지는 살겠지, 하던 예상이 빗나가는 것 같습니다.
절필! 이렇게 소리 없이 올 줄이야". 뛰어난 서정성으로 한국인들의 감성을 위로하던 그가 펜을 놓고 병상에 누워 있다.
편운(片雲) 조병화(83). 3천여 편의 시를 쓴 그가 독자에게 편지를 쓴다.
"시가 안 쓰여지면 이 편지를 써. 내 만년의 삶을 기록하는 것인데 형식은 독자에게 주는 편지지만 내용은 일기, 또는 시 이야기가 많아. 계속 쓰다 120꼭지가 되면 출판사에 넘기려고 해".
'편운재에서의 편지'(문학수첩 펴냄)는 외형상 독자들에게 건네는 서간집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미 1권 '나보다도 외로운 사람들에게', 2권 '외로우며 사랑하며'가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이 책은 98년부터 2002년까지의 서신을 모았다.
자식들이 혹 다툴까 미리 유서를 쓰는가 하면,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책을 학교에 기증하기도 한다.
혹시 추하게 보일까 싶어 서재의 먼지를 닦아내는 대목은 너무나 안타까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탄식과 절망, 허무가 절절하게 묻어나지만, 온통 어두운 이야기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시 '난'(蘭)이 일본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게재되는가 하면, 시작에 쏟은 열정을 인정받아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값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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