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네 원통함이 비애의 분루가 되어 지상을 하염없이 적시는구나.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니. 살아남은 자, 그 큰 빚을 어떻게 갚아야 마땅하니.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육자의 꿈을 펼치겠다던 네 굳은 약속들은 어떡하고 이렇게 가버리다니. 네 꿈의 봉오리를 채 피워 보기도 전에 이렇게 허망하게 뭉개져 버리니 하늘도 무심하구나.
새 학기 준비를 위해 상주에서 대구역을 지나 교대역으로 오던 길. 얼마나 희망에 부푼 길이었겠니. 대학에 적응해 미래의 꿈을 키우던 너의 정겨운 모습이 아른거리는구나. 윤리과 특별실을 솔선하여 깨끗이 청소하고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려던 모습,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이던 동아리 활동의 진지한 네모습, 후배들과 친구들에게 민휼적 사랑으로 대하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월배 기지창에 놓인, 화마가 할퀴고 간 전동차를 바라보며 그 뜨거움의 고통을 당했던 네 영혼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미는구나. 이 황당함은 우리가 얼마나 생명을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하니 정말 부끄럽구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사회를 엮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하마. 지상에서 못 이룬 네 꿈들은 친구와 동료들이 그 몫을 대신하마. 하나님의 나라에서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시라. 편히 잠드시라.
-허재복(대구교대 윤리과 교수)씨가 제자 권오훈(대구교대 2년)군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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