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의 아픔 달래주길

온 국민의 축제가 돼야 할 대통령님의 취임식이 오늘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돼서 치러졌습니다.

잔치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가무(歌舞)로 이뤄진 식후행사는 아예 취소됐습니다.

일주일 전 대구에서 일어난 지하철 대참사 때문이었습니다.

노 대통령님의 고향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축하행사도 간소하고 차분하게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비용의 일부를 대구시에 전달한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대구는 노 대통령님의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많은 대구 사람들은 취임식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취임식 규모를 축소한 것은 정말 잘 한 결정입니다.

두 번 할 수 있는 취임식도 아닌데 노 대통령님은 온 국민들의 축하 속에 치르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쪽에서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럴 분위기가 아닙니다.

'참여 정부'라고 명명한 만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 대통령님, 취임식이 축소되고 참석자 수가 줄고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고 '노무현 시대' 출범의 의미가 작아지고 변질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 정부'라는 작명의 취지대로 더 겸손하고, 더 진실하게 국민들에게 다가갈 때 그리고 초심(初心)을 지켜나갈 때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이리저리 갈리고 찢겨진 국민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해서 이웃과 동료를 잃어 가슴 한 구석이 무너지고 허탈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대구의 아픔을 달래주십시오. 비록 이 곳 사람들이 노 대통령에게 가장 표를 적게 주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아픔을 치유한답시고 적당하게 타협하고 사탕발림 식으로 표면적으로 달래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트레이드 마크인 솔직함과 일관됨으로 밀고 나가십시오. 이것 저것 시도해 봤으나 겉돌기만 하다가 등돌리고 앉은 이 곳 민심을 치유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고 만 '국민의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한 번으로 안되면 두 번 하고 그래도 안되면 다시 시도하십시오. 계속해서 두드리십시오. 그 우직함이 오늘의 노무현 대통령님을 있게 한 밑거름이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할 때 비록 지금은 슬픔에 빠져 축하할 여유도 없지만 대구 사람들은 5년 뒤 노 대통령님의 퇴임식에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박수를 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차기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기보다 노 대통령님의 퇴임을 더욱 아쉬워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동관(정치1부)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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