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지 열흘이 지난 오늘까지도 매일신문 인터넷(www.imaeil.com)추모 게시판에는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글과 함께 당국의 무성의한 대처에 대한 비판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발생 초기에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글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반해 사고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네티즌들은 관계 당국과 관계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분노한 대구'라고 밝힌 네티즌은 사고 조작과 은폐 의도를 비판하면서 "조해녕 시장과 문희갑 전 시장을 비롯한 대구의 지도층 인사에 대한 강력한 문책을 요구"했다.
네티즌 '구미인', '허참' 등도 유가족에 대한 조 시장의 태도와 참사 후 잔치판을 벌인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태도를 문제삼았고 '공채'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조시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말단 직원 몇 명만 구속해 흐지부지 마무리할 것이 아니다"면서 관련 공무원의 문책을 요구하면서도 "소방공무원들은 정말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열심히 일한다"('경산시민')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번 참사를 늑장 보도한 방송사와 중앙 일간지들을 질타하는 글들도 줄을 이었다.
'답답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때도 방송사는 한가하게 스포츠 중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꼬집고 있고 아이디 '추모' 역시 "다른 나라에서 빌딩이 무너졌을 때는 며칠간 특별방송을 했는데 이번에는 당일에도 오락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면서 "이 나라에 서울이라는 도시만 존재한다"고 허탈해했다.
네티즌들은 '씨랜드 참사',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 등을 이번 지하철 참사와 연결시키며 안전불감증 및 수사방식에 대해 성토했다.
특히 관계당국이 사고 현장을 빨리 치운 것에 대해 네티즌 'cen'은 "미국은 9·11테러 당시 현장발굴만 8개월 걸렸고 가족들도 현장보존을 위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면서 "개구리소년 사건 때에도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발굴해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현장 보존은 누가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시판에는 서울, 부산, 강화 등 전국 각지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교민들도 글을 올려 대구시민들을 독려하고 있으며 이번 참사가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눈에 띈다.
네티즌 '두아이의엄마'는 "교통기관의 사고에 대비해 미리 대처 연습할 수 있는 교통기관 안전교육원을 만들자"고 했고 "중앙로 역사 그을린 벽면에 쓰인 추모의 글을 '추모의 벽'으로 영구히 보존하자"('방준호'), "대구중앙로역을 화재박물관으로 만들어 추모비도 건립하고 고인의 이름을 새겨넣자"('박기언')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실종자의 가족 및 친구들이 실종자를 목격한 사람을 애타게 찾는 사연도 속속 올라오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이디를 '실종자가족임다'로 밝힌 실종자 가족은 "어머니가 실종자로 등록되었지만 시신이 너무 많이 훼손되었다"면서 "역마다 CCTV가 없어 확인이 안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조현주'씨도 "동생 친구인 남진이를 보신 분은 연락 바란다"고 연락처를 적어두었다.
사고 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네티즌들도 글을 올려 "1079호를 내리면서 돌아본 지하철 안 사람들과 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여학생이 떠오른다"('대구소녀'), "뒤따라 복도로 올라오는 검은 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음을 알고 자신이 원망스러웠다"('서점석')면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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