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엘 가도, 택시를 타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이 갈길 바쁜 처지에 임시국회가 '등신 외교'라는 말한마디에 멈춰서 버렸다.
또 싸움이다.
우린 왜 이리 조롱복(福) 팔자인가, 셋 다 꼭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갔다 막 돌아오려는 판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란 사람이 "등신외교를 했다"고 퍼부은 그 저급함이나 "오냐 오냐하니 할배 상투를 틀어쥔다더니"맞고함치며 국회불참 결정을 해버린 민주당의 냄비기질이나 저울에 얹으면 하나도 기울 게 없다.
더구나 하필이면 우리 대통령이 방문한 그날 통과시킨 일본의 유사(有事)법제를 '주권국의 방위논리'라고 옹호한 자민련 지도부의 처신은 그 당(黨)이 '메이드 인 코리아'인지 '저팬'인지 구분을 못하겠다.
"창씨개명은 조선사람들의 희망사항"이었다고 일본 자민당 간부가 대한민국 국민전체를 모독했을 그때, 정작 난리 쳐야할 땐 안치더니 대통령의 방일성과를 두고 집안싸움부터 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치부(恥部)만 내보이는 것이다.
우선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등신'표현이 경상도식의 정치적 수사(修辭)였을 뿐이라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듣는 사람 감정 상하기 딱 알맞다.
과거 고(故)이승만 대통령에게 '외교엔 귀신, 내치엔 등신'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중(市中)의 소리였다.
이상배 의원에게 누가 "야, 이 등신아"하면 좋겠는가? 더구나 국가원수에게랴.
그렇다고 꽉 막힌 집안사정에 마치 무슨 건(件)수 기다리던 사람들마냥 펄펄뛰는 민주당도 지나치다.
막말정치, 자기네들은 안하고 살았나? 이 정도에 국회 보이콧이니 법적대응이니 흥분하면 '경제'는 어디로 가는가. 국회 공전(空轉)은 야당의 수법이지 집권여당의 몫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격렬한 말싸움을 보면서, 소수야당 자민련의 뚱단지같은 주장을 보면서 우리는 "표현도 개혁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말이 천박하면 사람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도 정당도 바로 보이지 않는다.
그 점에선 노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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