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교장선생님, 빨리 와 보세요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고 있는 학교로 가는 나의 출근길 발걸음은 늘 가볍다.

그 날도 일찍 출근하여 학교 건물 바깥을 돌고 있을 때였다.

수도 근처에 모여 있는 아이들 속에서 한 남자아이가 코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 마디씩 했다.

"빨리 선생님한테 데리고 가자".

"아니야, 코피부터 닦아야 해".

그 때 같은 반이라는 여자아이가 얼른 가방에서 휴지를 꺼냈다.

나는 휴지를 받아 코피를 닦아주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얘야,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몇 번을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옆에 있던 한 아이가 말했다.

"어떤 형이 때렸어요".

누가 그랬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때 휴지를 내 준 여자아이가 말했다.

"교장선생님, 우리 선생님은요, 과학자는 아닌데도 뭐든지 잘해요. 누가 그랬는지도 틀림없이 찾아낼 수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그 아이에게서 나는 담임선생님에 대한 강한 믿음과 자긍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얘들아, 잘 알겠다.

누가 얘를 선생님께 좀 데려다 주렴".

그렇게 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같은 반 그 여자아이의 말처럼 담임선생님께서 틀림없이 잘 해결해 주셨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또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기 새 한 마리가 날지 못해서 운동장 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교장실로 우르르 달려왔다.

"교장선생님, 빨리 와 보세요. 아기 새가 죽어요".

미처 가라앉지 않은 숨을 할딱거리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이렇듯 마음이 순수한 아이들이 있고, 그들의 영혼에 꿈과 사랑을 심어주는 선생님이 계시는 학교는 진정 신성한 곳이다.

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졌지만, 혼자서는 선뜻 건너지 못해 주저하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길이 있고, 늘 재잘재잘 시끄럽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우리 학교. 골목길 저 만치 가다 말고 다시 달려와 "교장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고는 총총히 가는 아름다운 동심이 있다.

그렇다.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그들이 있어 학교로 가는 나의 발걸음은 늘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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