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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남성인고 60대 할머니 등 감격의 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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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한(恨)이란 묵은 상처를 안고 찾아오신 여러분은 이제 2년 동안의 치료를 끝내고 완치됐습니다".

27일 오후 2시 대구 한남성인중.고교 강당에서는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늦깎이 여고생 71명의 졸업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 흔한 송사도 답사도 없고, 축하객이라곤 가족 몇십명뿐인 조촐한 자리. 하지만 졸업생들이 느끼는 감격은 어느 졸업식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성인고는 지난 2001년 대구.경북에서 처음으로 승인받은 2년6학기제 학력인정학교.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장을 따는 게 아니라 학교를 다니며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싶은 만학도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

그해 입학생들이 2년의 긴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졸업식장에 서게 된 것.

쉰 넘어 공부하는 게 부끄러워 남편과 자식에게 오해를 사가며 학교를 다닌 학생, 화장실에서 몰래 공부한 뒤 환기구에 책을 숨기려다 변기에서 미끄러져 다치기까지 한 학생, 칠순을 맞은 아버지가 공부를 못 시켜줘 미안하다는 말에 용기를 내고 지금껏 견뎌온 학생, 졸업식장에서 얘기되는 그동안의 사연 하나하나 절절하지 않은 게 없었다.

생전 처음 졸업 가운을 입고 졸업장을 받아든 학생들은 가슴 속에 남은 마지막 한을 녹이기라도 하려는 양 눈시울을 붉히며 졸업장을 끌어안았다.

눈물을 글썽이며 꽃다발을 건네는 딸, 그 뒤에서 천진스레 박수를 치는 손자, 말없이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백발의 남편. 그 속에서 한은 이미 기억의 강을 건너고 있었다.

변필순(44)씨는 "2년의 과정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스스로들 놀라워하고 있다"며 "가정 형편이나 시부모님 병환 때문에 중퇴한 학우들에 비하면 우리는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더욱 가슴을 울리는 건 이들 가운데 50명 이상이 배움을 계속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1학기 수시모집에 만학도나 실업계 출신자 전형으로 지원해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10여명은 전문대 합격증을 받아 9월부터는 어엿한 대학생이 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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