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2만달러 시대를 위한 파이

사람은 갓난아기로 태어나 유·소년기, 청년기, 장·노년기를 거치면서 한 평생을 살아간다.

어떤 성장단계에서는 특별한 행동양식과 개인적인 욕구분출이 강하게 일어나기도 하고 대응을 잘못해 큰 시련을 겪기도 한다.

다양한 경험과 교육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양을 갖춰가지만 개인의 성장발전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 요인들로 인해 천차만별이다.

국가·사회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때는 의식주 해결이 최우선이지만 국민소득 1만달러에 이르면 사회적 욕구도 다양화·고급화 되어가면서 강하게 분출돼 계층·세대·지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2만달러 정도에 진입하게 되면 보다 성숙된 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1만달러 시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숙된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도 있고 질곡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이러한 시기를 잘 극복하여 불과 6, 7년만에 2만달러 시대로 올라섰고 아일랜드가 8년, 미국·영국·독일 등이 10여년 소요되었으나 남미의 아르헨티나처럼 끝없는 경제위기로 추락해 버린 국가들도 있다.

요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연일 계속되는 불법파업, 불법집회, 심지어 폭력사태 등…. 대화와 타협은 어디 가고 오직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풍조는 이 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직장이야 어떻게 되든 내 몫부터 먼저 챙기고 보자는 식의 집단행동도 문제고 우는 아이 젖 더 주는 식의 사태해결책은 더욱 큰 문제이다.

한국경제는 90년대 중반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과 OECD 가입을 통해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려다 외환위기를 맞아 IMF 경제관리체제의 시련을 겪으면서 6천달러까지 하락하였고, 작년이 되어서야 겨우 1만달러 수준을 회복하였으니 8년의 긴 세월을 제자리걸음만 한 꼴이다.

과연 대한민국호는 이대로 멈추고 말 것인가? 2만달러 시대를 열어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일본의 도요타를 보자. 이 기업은 이익이 나고 있는데도 닥쳐올 어려움에 대비해서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했다.

그리고 전 직원이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뛰었다.

그 결과 상당한 이익을 실현했고 그 성과를 종업원에게 더 많이 분배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비하면서 전체 파이(pie)를 키워나가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분배의 원천을 키우지 않고는 이를 둘러싼 분배의 갈등을 잠재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각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신뢰와 화합을 이루면서 전체 파이의 크기를 늘려나갈 때 비로소 한국경제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정부는 소득 2만달러 시대의 비전과 장·단기 국가주요정책을 제시하고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는 한편 기업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을 중단하고 더이상 정치논리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고 국리민복을 위한 편안한 정치가 이루어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국제경쟁력을 배양해 나가면서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성과의 합리적 분배를 통한 종업원과의 신뢰구축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될 것이다.

근로자, 학생, 시민 등 우리 국민 모두는 자신의 몫만 챙기는 근시안적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정신으로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자신의 몫을 늘려나가는 첩경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후진국으로 전락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대구·경북은 국채보상운동, 새마을운동 등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국난극복의 시발점이자 중심이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기반을 닦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노 대통령의 '대구선언'을 계기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성숙된 선진사회를 열어나가기 위하여 대구·경북이 다시 한 번 선도적인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우리 모두 지혜를 결집하여 앞으로 나아갈 때다.

노희찬(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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