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락 배달하는 포돌이 아저씨-대구 달성공단 파출소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면서 경찰관으로서의 자부심이 더 커졌습니다".

대구 달성공단 파출소 경찰관들은 요즘 매일 오전 11시30분이면 인근 달성군 종합사회복지관을 찾는다.

따끈따끈한 점심 도시락을 받아 논공읍에 사는 홀몸노인들에게 전하기 위한 것. 배달을 끝내고 전날 배달했던 빈 도시락을 찾아 와 복지관에 돌려주면 '임무' 끝. 그러고는 방범 순찰을 위해 순찰차 머리를 돌린다.

"배달 지역이 유가.옥포.현풍면 등으로 워낙 넓다보니 자원봉사자 5명으론 일손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남 모르게 속앓이를 해 오던 중 지난 5월 경찰관들이 도와 주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경찰관들이 도와주고부터 배달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까지 빨라졌습니다.

덕분에 따끈따근한 밥을 노인들이 드실 수도 있게 된 것이지요".

복지관 이한성 과장은 노인 22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려면 지금보다 최소 2, 3배 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넓은 군 지역 곳곳에 배달하는데만 1시간30분 이상 걸릴 뿐 아니라 봉사자가 결석할 경우 '배달 사고'까지 불가피했다는 것. 경찰관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설 때는 행여 본업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도 했지만, 두어달 지내다 보니 그런 우려도 말끔히 씻겼다고 했다.

도시락을 배달 받는 황복례(68) 할머니는 "처음 경찰관이 도시락을 가져왔을 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하고 깜짝 놀랐다"며 "세상 참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강시원 경사는 "파출소 전 경찰관이 2인1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며 봉사한다"며, "배달 중에 사건 신고가 접수돼 출동하느라 도시락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했던 적도 있었으나 역시 보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박민수 파출소장은 "공단이라 치안 수요가 많아 경찰관들이 늘 긴장해 있던 중이어서 도시락 배달이 근무에 오히려 윤활유가 되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복지관 이한성 과장은 "내년에는 도시락 배달을 40가구로 늘릴 계획"이라며 "현풍.유가면 등의 파출소에서도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은근히 기대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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