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화원읍 구라2리 일대에서 소규모 영세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40여개 공장주들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적게는 수년, 많게는 십수년까지 운영해 왔던 공장을 연말까지 옮겨야 하기 때문. 사정은 이렇다. 오래전부터 개발 소문이 돌던 공장 지역에 부산의 건설업체 (주)KIHA가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중인 것. 아직 사업승인이 난 것은 아니지만, KIHA측이 토지매입을 시작한 2월부터 이미 일대에 소문이 났고, 실제로 토지 소유주로부터 「땅이 팔렸으니 임대계약이 끝나는 연말까지 공장을 이전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업주들도 있다는 얘기다.
사업이 예정된 지역 안에서 「안평섬유」를 운영중인 김영태(45)씨에게 이같은 소문은 「청천벽력」 같았다. 사업예정지 밖에서 10여년간 공장을 운영하다 새로 제2공장을 지은 지는 불과 1년 6개월. 토지를 조성하고 공장을 짓고 기계설비를 갖추는 데 들어간 돈만 4억여원. 이젠 그 투자비가 영락없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 됐다. 김씨는 제2공장을 옮길 경우 발생하는 피해액을 최소한 2억으로 잡고 있다. 공장 이전과정에서 일거리는 손을 놓아야 되고, 주문이 끊기기 때문에 그 피해를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새로운 공장부지를 찾기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공장을 외진 곳으로 옮겨서는 주문이 안 들어올 것이고, 가까운 공단지역엔 공장매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김씨는 비슷한 사정에 있는 공장업주들을 주축으로 서명운동을 벌여 달성군청에 「아파트 사업을 최소 7년 정도는 늦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는 건설회사와 지주에게 이사비와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아파트 예상부지 밖에 있는 공장들을 포함해 가족들과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KIHA는 여기에 대해 일단 관망하는 자세다. KIHA의 민경훈 사장은 『아직은 사업추진 초기단계라 뭐라 단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업승인이 결정나면 토지매입 과정중 얘기된 대로 지주와 세입자 양측이 문제를 우선해결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해결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기하가 원만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세입공장주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달성군청 현병철 도시계획 담당은 『아직 아파트 건설사업 승인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면서도 『사업이 추진될 경우 군에서 할 수 있는 건 당사자간 원만한 합의를 권고하는 정도에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2시 시청 교통정책과에서 있었던 교통영향평가 결과는 심의에서 일부 도로신설 계획변경을 조건부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KIHA는 이달 안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시에 사업승인서를 신청할 예정이다. 신청서 접수 이후 승인까지는 두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KIHA측은 예상하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인 부지는 일반주거지역으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사업은 승인될 전망이다. KIHA는 사업이 승인될 경우 예정대로 12월쯤 공사를 강행할 계획이어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공장주들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공장주들과 지주·건설업체 사이에 마찰이 예상된다. KIHA 민경훈 사장은 『민사상의 문제이긴 하지만 군청쪽에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중재를 할수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정당한 사유에 대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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