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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궤적들을 보려면 바닷가를 걸어야 한다

심심해야 하고

주위가 텅 비어 있어야 한다

서해비단고둥이

둥근 껍질을 끌고 기어간 뒤에

짤막한 탯줄 같은 궤적이 있다

드넓게 펼쳐진 질에서 자궁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여러 갈래 탯줄들처럼

끈끈한 궤적들이 뻗어나가는 곳,

거기 그 누구도

바로 세울 수 없는 수평선과

흐린 바다가 있다

최승호 '궤적' 중

생명의 원초적 흔적을 발견하려면 우선 외로워야 하고 텅 빈 고요가 있어야 한다.

서해 갯벌의 고둥이 흔적은 태고적 우주의 질과 자궁으로 이어져 있다

백악기 이전부터 있어 온 그 흔적은 내 피 속에 흐르는 맥박자리 이기도 하다.

이 원초적 진실성은 수평선을 수직으로 세울 수 없듯이 절대적으로 거기 그렇게만 존재하고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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