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코러스(대구 여성합창단)는 음악을 통해 세계 각국에 대구를 알리는 민간홍보사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이색적인 합창단이다.
성악전공자들과 가창력을 갖춘 40여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레이디스 코러스는 올해로 창립 13돌을 맞으며 활동무대를 세계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레이디스 코러스의 뿌리는 지난 90년 창립된 걸스카우트 목련여성 합창단.
당시 걸스카우트 대구연맹 실행위원이었던 이용녀(68)단장이 중앙총재로부터 각 지방연맹에 합창단을 만들어보라는 부탁을 받고 걸스카우트 목련여성 합창단을 만든 것이 대구여성합창단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음악전공자들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활동할 무대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이 단장은 지원자가 없자 주변에 조건을 갖춘 여성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합창단 가입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후 목련 여성합창단은 대구걸스카우트 합창단으로 개칭 된 뒤 95년 레이디스 코러스로 이름을 다시 바꿔 지금까지 활동해고 있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 남을 1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단원들의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도 창단 멤버중 이승희(58)씨 등 3명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대구여성 합창단은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떠날 줄을 모를 정도로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합찬이다.
단원들은 30, 40대를 주축으로 50대와 미혼여성 등 연령과 세대가 다른 여성들이 섞여 있지만 음악을 하기 위해 모였다는 공통요소로 인해 단합이 그렇게 잘 될 수 없다고 한다.
동년배들은 서로 친구처럼 지내고 나이가 적은 단원은 나이 많은 선배단원들을 언니로 호칭하며 따르고 조그만 일이라도 서로 상의하고 의논하는 분위기로 인해 불협화음이란 말은 찾아 볼 수 없단다.
창단멤버인 이승희씨는 단원들과 13년 동안 한 식구로 형제같이 지냈기 때문에 말다툼 한번 한 적 없을 정도로 끈끈한 인간적 유대가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결혼 후 출산으로 대구YMCA합창단을 그만 두었다 레이디스 코러스에 들어온 이혜선(42)부단장은 쉬는 시간의 대화주제도 가정보다 음악 중심으로 흐를 만큼 단원들간 호흡이 너무 잘 맞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 여성합창단을 단순히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평범한 합창단이라고 얕보았다간 큰 코 다친다.
가입 오디션의 경쟁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년간에 걸친 전문지휘자들에 의한 집중적인 훈련으로 자기스스로 음정을 맞추어야 하는 무반주합창(아카펠라)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실력 때문에 성악 전공자들도 깜짝 놀란다고 한다.
이용녀 단장의 물심양면의 적극적인 지원과 이재준(40)지휘자의 열성적인 조련, 단장과 지휘자를 믿고 연습에 몰두한 단원들의 노력은 지난 2001년 불가리아 세계합창경연대회에서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된다.
이 대회에서 레이디스 코러스는 여성합창과 챔버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함으로써 단원들은 대구는 물론 한국을 빛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되고 그동안 음악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남편과 가족들에게 떳떳하게 설 수 있게 됐다.
40명의 단원이 외국서 열리는 경연대회에 참가 한다는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금전적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세계대회 출전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이용녀 단장의 결심과 대구시 등 각 기관 및 후원자들의 도움이 밑거름으로 작용해 1등이란 성적을 거두었다.
이재준 지휘자는 지정곡에 포함된 불가리아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미국 유학시절 사귄 불가리아 출신 음대교수를 초청해 일주일 동안 연습을 강행군하는 철저한 준비로 무대에서 앙코르를 4번이나 받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불가리아 합창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세계각국에서 레이디스 코러스를 초청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합창음악의 본고장인 스페인 세계합창 페스티벌에 이어 금년에는 멕시코 세계 합창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7월10일부터 19일까지 멕시코에서 대구 여성합창단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하고 한국을 알리는 홍보사절 역할도 해냈다.
스페인에서는 현지인들의 성황속에 7개 도시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가는 곳마다 대구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홍보활동도 함께 벌였다.
대구시 여성회관에 소속된 레이디스 코러스는 매년 정기연주회 외에 여성의 날이나 각종 축제, 합창제 등에 출연, 아름다운 음악으로 지역사회를 밝히고 있다.
레이디스 코러스는 무엇보다 음악을 전공하고도 전업주부가 되어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접어야 했던 여성들에게 제2의 음악인생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어 가족들에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매주 한차례씩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하는 정기연습 출석률이 100% 가까이 되는 데서 단원들의 연습에 임하는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재준 지휘자는 "미혼단원들 중에는 외국에 유학을 가거나 중앙 콩쿠르에 우승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며 "이들이 더 큰 성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조금이라도 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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