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蟾津江)에는 그 이름이 붙여진 내력이 있다.
고려말 강 하구로 왜구들이 대거 침입하자 수십만의 두꺼비들이 기괴한 울부짖음으로 왜구들을 놀라게 해 쫓아냈다는 사연이 있다.
그 뒤로 강 이름에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 섬진강 부근에 구한말의 선비 매천(梅泉) 황현 선생이 살았다.
그는 "황현 아니면 과거에 장원할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알아주는 수재였다.
그러나 부패한 정치를 혐오하여 끝내 벼슬살이를 거부했다.
그를 아끼는 벗들이 출사를 권유하면 "그대는 어찌해서 나를 도깨비 나라 미치광이들 속으로 끌어들이려 하는가"고 나무랐다고 한다.
▲매천 선생은 1910년 일본의 한국병탄 때 자결로써 국가 수호의지를 드러냈다.
음독 후 아우가 달려와 "할말이 없느냐"고 묻자 "죽기도 쉽지 않더군. 약을 마시려다 입에서 약사발을 세 번 이나 떼었다네. 내가 그처럼 바보 같다니"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절명시(絶命詩)는 지금도 지식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추등엄권회천고(秋燈掩卷懷千古)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 "가을 등불아래서 책을 덮고 지난 천년을 회상하니, 인간으로 태어나 식자 노릇하기가 정말 어렵구나".
▲어제 통계청이 지난해의 자살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탓이긴 하나, 자살자의 절대수가 10년 전에 비해 2배정도 늘어난 게 사실이다.
그 바람에 자살률이 OECD국가 중 4위로 높아졌다.
19세기 이후 본격화된 자살연구에 의하면 자살은 개인적 환경과 함께 사회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심리적으로는 인생에 대한 불만 즉 '상실감'이 최대의 원인이다.
유전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소설가 헤밍웨이 집안은 4대에 걸쳐 5명이 자살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프랑스의 어떤 사회학자는 자살을 3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무통제 자살이 그것이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이 사회관계에 실패했을 때, 이타적 자살은 개인과 사회가 지나치게 밀착됐을 때 나타나는 자살이다.
나라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 황현 선생의 자결이 후자에 해당된다.
마지막 무통제 자살은 사회에 대한 융화나 적응이 갑작스레 차단되거나 붕괴됐을 때 일어나는 자살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자살병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 가치관과 규범이 일시에 무너지고, 개인의 경제파탄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이 공황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자살병은 정치.경제적 혼란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치인이 자살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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