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신형! 못 본 사이에 더 튼튼해졌는걸".
토요일 오후 8시쯤 대구 평리6동 신애보육원의 작은 방. 2년째 이곳을 찾아 매주 영어자원봉사를 하는 데이브 로저스(Dave Rogers.미국.33)씨는 오랜만에 만난 신형이(12)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헤헤거리며 웃는 신형이도 무척 반가운 눈치다. 뉴질랜드 여행을 간다며 40일전 훌쩍 한국을 떠난 선생님의 귀국후 첫 수업. 신형이는 아까부터 보육원 정문 앞에서 선생님을 기다린 참이다. "내가 낸 숙제 다 했니?" 왕누나 미정이(20.여)도, 새침떼기 경민이(11.여)도 자기소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척척 잘도 대답한다.
"빅 마마(보육원 원장)가 '헌신적으로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네'라고 대답했죠".
데이브씨는 2년전 처음 이곳에서 '어린 제자'들과 만난 날을 떠올리며 활짝 웃음 지었다. 지난 2001년 10월 라이크 영어학원(대구 침산동)에 영어강사로 취직한 그가 동료 한국인 강사에게 처음 부탁한 일은 "봉사할 곳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과의 특별한 수업을 하게 됐다.
데이브씨는 원장과의 약속이자, 자기자신과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켰다. 수업이 오후에 있는 날이면 일찌감치 오전에 보육원을 찾아 함께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친해졌고, 시간 여유가 있는 주에는 일주일에 이틀이나 찾아와 수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운동회에 따라온 적이 있어요. 점심 싸왔다며 아이들에게 김밥 봉지를 흔들어 보이는 데이브씨 덕분에 우리 아이들 어깨가 얼마나 으쓱했다구요". 이곳 복지사 구명희(26.여)씨는 그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지난해 8월 한 달간 미국으로 가기 전. 데이브씨는 유독 자신을 따르던 신형이가 눈에 밟혔나보다.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간 신형이에게 계속 영어공부를 하라며 후원금 60만원을 보육원측에 건넸다. "선생님은 수업이 마치자마자 버스를 타고 온대요. 저는 선생님이 참 좋아요". 철도길 옆 공부방에는 밤 늦도록 영어책 읽는 소리가 이어졌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데이브(33)씨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영어와 사랑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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