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대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홈런을 많이 치기로 결심했었는데 큰 꿈을 이뤄습니다."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아시아 홈런신기록(56개)을 이뤄
낸 '국민타자' 이승엽(27.삼성)은 역사적인 순간 대구 지하철사고 희생자들을 떠올
리며 숙연해했다.
시즌 초반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이승엽은 당시의 결심대로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만족감을 표시하며 팬과 가족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날 경기전 "오늘은 독기를 품었다. 홈런을 노리고 풀스윙할 것이다"고 밝힌
대로 이승엽은 첫 타석부터 힘차게 배트를 휘둘러 극적인 신기록을 홈팬들에게 바쳤
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대기록을 세운 소감은
▲무척 기분이 좋고 오늘같은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올해 초 안좋은
일이 있어 그분들과 가족들을 위해 홈런을 많이 치겠다고 결심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잘 됐다. 오늘 못 쳤으면 평생 후회가 됐을 것 같다.
--홈런을 쳐낸 공은
▲상대 투수 이정민의 직구가 다소 가운데로 쏠렸다. 첫 타석에서부터 정면 승
부를 해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긴장되지 않았나
▲작년 동점 홈런을 쳐냈던 한국시리즈 6차전 마지막 타석에 나설 때보다 더 긴
장됐다. 그때는 한 경기를 더 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아닌
가. 첫타석에서 못쳤다면 더욱 긴장돼 홈런을 치기 힘들었을 것 같았다.
--미국에 진출하면 한국에서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되는데
▲며칠 전부터 그 생각에 착잡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 모든
걸 다 보여주고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
--올시즌은 유난히 기록도 많이 걸려 있어서 힘들지 않았나
▲초반은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 고생했고, 중반에는 개인통산 300호 달성과 심
정수(현대)와의 홈런왕 경쟁으로 힘들었고, 막판에는 아시아홈런신기록 때문에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시즌을 보냈다. 하루도 편하게 쉬지 못했을 정도다.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할 가능성이 큰데
▲당장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니까 마치기 전까지는 아직 그런 얘기를 할 때
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9년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이제는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할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각오는
▲개인 성적보다는 팀 승리에 공헌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준플레이오프 상대인
SK에 좋은 왼손투수들이 많지만 올시즌 개인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에 볼
배합을 잘 분석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
--'국민타자'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99년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내가 아직 최고가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에 정말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에 기분이 좋고 책임감도 느낀다.
--경기 전 아내가 무슨 얘기를 했나
▲지금까지 해낸 것만도 대단하니 꼭 홈런을 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말에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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