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승엽 선수의 56호 홈런이 터진 2일, 대구의 밤은 '환호'로 달아올랐다.
대구 구장을 가득 메운 1만2천명의 관중들을 비롯 식당과 집, 역 대합실 등 곳곳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딱' 소리와 함께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이 선수의 '아시아 신기록'을 밤늦게까지 축하했다.
특히 이날 시민들은 56호 홈런이 지하철 참사와 최근 찾아온 태풍 '매미'로 인한 수재 등 올 한해 아픔을 안겨주었던 '대형 사건'들을 깨끗히 날려버리는 계기가 됐으며 좋겠다며 입을 모았다.
○...이날 경기장 주변은 전날밤부터 표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극성팬을 포함해 이승엽 홈런을 보기위해 서울.부산.광주 전국 각지에서 관중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정오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수천명이 북적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이 선수의 홈런볼이 많이 날아온 1루측 외야석은 오후 5시를 넘으면서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 이러한 상황에서도 관중들이 1루측 외야석으로 계속 입장해 외야석 가장 위쪽 통로는 한동안 고성이 터지는 등 소동을 빚었다.
전날밤 11시부터 기다렸다는 배상학(49.대구 신천동)씨는 "외야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이 정도 열성은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최근 삼성의 10경기를 쫓아다녔다는 홍윤기(38)씨는 이승엽 선수의 홈런을 내심 기대한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광주에서 달려왔다는 고인호(44.광주시 화정동)씨도 "대구 시민들이 그동안 지하철 참사, 태풍 피해 등으로 고통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며 "이번 홈런으로 우울했던 지난날을 날려 버리고 활기찬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엔 마대자루로 직접 만든 것부터 잠자리채, 낚시에 사용되는 뜰채까지 온갖 뜰채들이 총집합. 한 관중은 뜰채를 가지고 외야석 담장까지 올라가는 위험한 행동을 해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승엽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내려져 있던 뜰채들이 한꺼번에 솟구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이승엽 선수가 첫타석에 들어서자 1만2천여명의 관중들이 모두 다같이 연호하며 '승엽아 힘내라 너는 꼭 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큰 박수로 맞았으며, 홈런이 터지는 순간 외야 담장에 마련된 폭죽이 터지자 구장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한편, 홈런볼을 이벤트 업체 직원이 줍는 순간 3루측 외야에 있던 일부 관중이 보호철망을 뛰어 넘어 내리는 등 위험한 모습도 보였다.
홈런볼을 주운 장성일(28)씨는 "공을 줍는 순간 몇명의 관중에게 발로 밟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친 순간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다 공이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어가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이승엽 선수가 다음 타석때 고의사구를 얻었지만 홈런 신기록이 달성됐기 때문인지 관중들은 상대 투수에게 야유 대신 '봐줘라'를 연호했다.
○...외국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꺼웠다.
특히 일본언론에서는 TBS(동경방송), NHK, 아사히TV 등에서 1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TBS에서 15년째 스포츠 방송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아키라 하라(50)씨는 "이승엽선수가 아시아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았다"며 "한국선수가 아시아의 대기록을 작성한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또 "더구나 매끄러운 경기진행과 관중들의 질서의식에 감동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역시 경기장 주변엔 암표상들이 대거 등장, 경기시작전 한때 5천원짜리 입장권이 5만원에 팔리기도 했으나 경찰 및 삼성구단 관계자들이 이를 적발해 암표상 11명이 형사입건됐다.
또 이날 입장권 현장 판매분은 오후 3시를 넘어서면서 매진돼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매표구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한편 6회초가 끝난 뒤 외야에 설치된 대형전광판에는 '키스타임' 이벤트가 열려 전광판에 화면이 잡힌 커플들에게 키스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줘 40대 부부 관중이 키스를 하자 큰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많은 취재진들이 이승엽선수에게 몰릴 때 이날 경기 상대팀의 롯데 선수들은 말없이 짐을 챙겨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 가운데 롯데 외국인 선수인 페레즈 선수는 경기장을 나서기 전 1루 관중석에 야구공 몇개를 던져줘 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56호 홈런을 내 준 롯데의 프로 2년차 이정민 투수는 "오늘 선발로 자원해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졌으며 피하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 공을 던졌는데 큰 걸 맞았다"며 "홈런이 될 줄은 몰랐는데 넘어가더라"라고 말했다.
또 이 선수는 "승엽이 형이 앞으로 더 멋진 활동을 통해 훌륭한 야구계 선배로 남길 바란다"며 "저 역시 오늘 경기를 통해 더욱 멋진 선수가 되겠다.
다시 한번 56호 홈런 아시아신기록 수립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최창희.이호준.문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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