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숙자에게 자장면을..." 강동한씨의 이웃사랑

'구수한 면발에 주인의 정성이 가득 담긴 자장면 한 그릇이 천원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노숙자와 실업자, 노인들을 위한 단돈 천원짜리 자장면이 따뜻한 이웃사랑을 전하고 있다.

3개월전부터 자장면을 천원에 팔기 시작한 중국 음식점 '복순루'(중구 교동)는 지난 달부터 하루 130∼150그릇, 인근 노숙자 급식이 없는 수.일요일에는 평소보다 50여명이 더 몰려와 200그릇 가까이 파는 날도 있다.

이제는 가게부근 번개시장 주변상인들 중 단골손님도 생겼고 신암동과 파동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할머니 손님도 생겼다.

9년째 중국집을 운영해 온 주인 강동한(33)씨는 지난 2월 밀리오레 입주자들이 주문해 먹고 밖으로 내놓은 남은음식들을 건물 앞 노숙자들이 끌어 모아 허기를 채우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위한 천원짜리 자장면을 팔 결심을 했다.

강씨는 "단돈 천원만 들고 와서 맛있게 먹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난다"며 "제가 파는 자장면이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훈훈한 정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장면을 나르며 강씨를 돕는 아내 이원옥(33)씨는 "'정말 잘 먹었다'며 두 손을 꼭 잡아주는 손님들을 보면 천원짜리 자장면을 생각해 낸 남편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강씨를 풀죽게 하는 일도 있다.

인근 중국집에선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라'며 넌지시 압력이 들어오기도 하고 가끔 손님으로부터 '이러니까 천원이지' '양이 왜 이렇게 작아' 등 빈정대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손님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굿'이었다.

엊그제 우연히 들렀다 8일 다시 찾은 양대웅(67.경북 영천시 야사동)씨는 "밖에 자장면 1,000원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설마하고 들어왔는데 맛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고 했고, 요구르트 배달을 하는 양진호(45.대구 삼덕동)씨는 "두번째인데 돈 주기 미안할 정도"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번개시장 주변에서 양말, 피혁 제품을 파는 노점상 정기호(60.대구 남산동)씨도 "요즘같은 불황에 점심때우기에 이만한 집이 어디있느냐"고 너스레 떨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었지만 자장면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식당문을 나서는 손님들의 표정은 마치 몇만원짜리 값비싼 중화요리라도 '대접'받은 듯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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